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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2020.09.30
오랜만입니다.

“하드는 언제 누구한테 보내드리면 되나요?”


공연이 끝나고 한 달 쯤 뒤였나. 음향감독님의 문자를 보고 나서야, 아 공연 실황을 녹음하셨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워낙 오래 호흡을 맞춰왔기에, 의례 당연한 일인 듯 녹음을 떠 놓으셨던 거죠. 저는 사실, 2015년에 나왔던 라이브 앨범 작업 이후, 더 이상 제 디스코그래피에 라이브 앨범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제 개인적인 욕심과 팬들을 위해서만 감행하기엔, 요즘 같은 음반 시장에선 여러 가지로 무리가 많은 작업인 데다, 솔직히 엄청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막상, 실황 녹음 하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냥 모른 척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지난 공연에 대한 저의 애착이 컸었나 봅니다. 이 작업을 시작하면 한 반년 동안은 죽도록 고생하겠지만, 그래도 이 순간을 남길 수 있다면, 함께했던 밴드들 스텝들 그리고 공연에 와주셨던 관객들, 그리고 안타깝게 함께하지 못한 팬들 모두에게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제가 너무 듣고 싶었습니다.


회사가 손해 봐도 좋으니 꼭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힘을 실어주신 대표님, 어시스턴트 엔지니어도 없이 홀로 녹음실을 꾸려가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해내겠다고, 하고 싶다고 말씀해주신 오성근 기사님, 그리고 이 공연은 무조건 남겨야 한다며 협박에 가깝게 설득해 준 지인들의 성원(?)에 힘입어 고민 끝에 라이브 앨범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아, 내가 또 사서 고생을 시작하는구나….’ 엄청 투덜대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한 달 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만약 제가 이 앨범 작업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그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괜한 일을 벌였나 하는 후회도 잠시, 작업을 하는 내내 되려 제가 위로받았고, 그로 인해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회차의 전곡을 하나씩 꼼꼼히 들으면서, 다시 한 번 밴드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고, 공연 당시뿐 아니라 공연을 준비하던 시간 내내 함께 고생했던 모든 스텝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매회 약 2시간 반씩, 8회 공연을 무사히 그럭저럭 잘 끝낸 제 자신이 기특하기도 했구요.


이제 이런 공연을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아니, 공연이라는 것 자체를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그런 막연한 아쉬움과 안타까움 때문인지 더 절실하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덧 후반 작업이 시작되고 한 곡 한 곡 마무리가 될 때마다 어찌나 아쉽고 마음이 허하던지요. 마스터링까지 모두 마치고 첫 곡부터 쭉 모니터를 하는데, 드디어 끝났다! 완성했다! 라는 후련함보다, 이제 모든 작업이 끝나버렸구나… 아쉬움이 더 컸던 앨범은 이번이 처음이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는 지금 전 인류가 거의 처음 겪는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습니다. 모두가 힘들고 각박해진 지금 상황에, 이렇게 음악을 들이미는 것 자체가 과연 괜찮은 건지 내심 작아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니까 음악으로 제 몫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렵니다. 제가 이 작업을 하면서 위로를 받았듯이, 이 결과물이 누군가에게도 이 힘든 시기를 버텨내는 데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 저 또한 그 보람으로 한동안 버틸 수 있겠지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신 분들, 그리고 저의 생존 여부(?)를 걱정해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