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는 언제 누구한테 보내드리면 되나요?”
공연이 끝나고 한 달 쯤 뒤였나. 음향감독님의 문자를 보고 나서야, 아 공연 실황을 녹음하셨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워낙 오래 호흡을 맞춰왔기에, 의례 당연한 일인 듯 녹음을 떠 놓으셨던 거죠. 저는 사실, 2015년에 나왔던 라이브 앨범 작업 이후, 더 이상 제 디스코그래피에 라이브 앨범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제 개인적인 욕심과 팬들을 위해서만 감행하기엔, 요즘 같은 음반 시장에선 여러 가지로 무리가 많은 작업인 데다, 솔직히 엄청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막상, 실황 녹음 하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냥 모른 척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지난 공연에 대한 저의 애착이 컸었나 봅니다. 이 작업을 시작하면 한 반년 동안은 죽도록 고생하겠지만, 그래도 이 순간을 남길 수 있다면, 함께했던 밴드들 스텝들 그리고 공연에 와주셨던 관객들, 그리고 안타깝게 함께하지 못한 팬들 모두에게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제가 너무 듣고 싶었습니다.
회사가 손해 봐도 좋으니 꼭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힘을 실어주신 대표님, 어시스턴트 엔지니어도 없이 홀로 녹음실을 꾸려가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해내겠다고, 하고 싶다고 말씀해주신 오성근 기사님, 그리고 이 공연은 무조건 남겨야 한다며 협박에 가깝게 설득해 준 지인들의 성원(?)에 힘입어 고민 끝에 라이브 앨범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아, 내가 또 사서 고생을 시작하는구나….’ 엄청 투덜대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한 달 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만약 제가 이 앨범 작업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그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괜한 일을 벌였나 하는 후회도 잠시, 작업을 하는 내내 되려 제가 위로받았고, 그로 인해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회차의 전곡을 하나씩 꼼꼼히 들으면서, 다시 한 번 밴드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고, 공연 당시뿐 아니라 공연을 준비하던 시간 내내 함께 고생했던 모든 스텝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매회 약 2시간 반씩, 8회 공연을 무사히 그럭저럭 잘 끝낸 제 자신이 기특하기도 했구요.
이제 이런 공연을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아니, 공연이라는 것 자체를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그런 막연한 아쉬움과 안타까움 때문인지 더 절실하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덧 후반 작업이 시작되고 한 곡 한 곡 마무리가 될 때마다 어찌나 아쉽고 마음이 허하던지요. 마스터링까지 모두 마치고 첫 곡부터 쭉 모니터를 하는데, 드디어 끝났다! 완성했다! 라는 후련함보다, 이제 모든 작업이 끝나버렸구나… 아쉬움이 더 컸던 앨범은 이번이 처음이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는 지금 전 인류가 거의 처음 겪는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습니다. 모두가 힘들고 각박해진 지금 상황에, 이렇게 음악을 들이미는 것 자체가 과연 괜찮은 건지 내심 작아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니까 음악으로 제 몫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렵니다. 제가 이 작업을 하면서 위로를 받았듯이, 이 결과물이 누군가에게도 이 힘든 시기를 버텨내는 데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 저 또한 그 보람으로 한동안 버틸 수 있겠지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신 분들, 그리고 저의 생존 여부(?)를 걱정해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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률, 우리에게 음악이 있어 정말 다행이에요 ^^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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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간만 기다렸어요 토닥토닥! 제 몫의 할일을 하다가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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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빨리 코로나 백신이 나와서 다시 직접 공연을 보러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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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점을 라이브앨범으로 신고해주셔서 너무, 정말, 많이 고맙습니다! 그림자부터 들으며 지난 공연의 감흥을 되새겨 볼게요~ 우리 모두의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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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너무 감사드려요! 날이 추워질수록 그때의 감정이 떠올라 그리웠는데 최고의 위로와 선물이 된 것 같아요! 우리 건강하게 지내고 꼭 다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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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소식이 없으셔서 생존 여부가 너무 궁금했었는데 라이브 앨범을 작업 하고 계셨을 줄 은 상상도 못 했네요. 요즘 그렇지 않아도 열악했던 음반 시장에 코로나 사태 까지 와서 지금 상황에서 정말 쉽지 않은 결정 이셨을텐데... 그 리스크를 감수 하시고 이렇게 라이브 앨범을 발매 해주셔서 진정으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곡들을 들으면서 마음에 깊은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족들과 같이 행복한 추석 연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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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 율님 팬이 되어 한번도 콘서트를 못가 본 한 사람ㅠㅠ 두 눈 감고 어느 공연장으로 마음 띄우며 앨범 전곡을 들었습니다. 원곡의 율님과는 좀 다른 사람을 만나는 느낌이었지만, 그 또한 좋았습니다. 제 감정선에 따라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률님 노래를 들었는데, 이 앨범은 그 자체로 올 가을 저의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습니다. 잘 듣겠습니다! 언젠가 실제 율님 공연을 만날 날도 조용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항상 건강 잘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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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렇게 길게 생존점을 남겨주시다닛!! 넘 감동이에요~~!!^^ 작업에 애써주신만큼 잘 듣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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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에서 알람이 울렸을 때 처음에는 믿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 공연을 음원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니...
너무나 멋진 곳에서 멋진 무대였습니다. 비록 3층에 앉아서 감상했지만 소리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들었던 그때의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 나네요~^^
언제가는 동률 형님의 그 멋진 공연을 다시 볼 날을 기대하며 이번 음반 소중히 듣겠습니다^^
참고로, 전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가 이 앨범에서 제일 좋습니다^^
음반 제작에 힘써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률님, 힘든 작업이었는데도 오래된 우동집 장인처럼 묵묵히 또 하나의 멋진 앨범을 만들어내버린 률님의 모습에 또 감동 받아버렸어요... 코로나 바이러스 박멸될 때까지 우리 모두 힘내봐요 률님!! 코로나 백신만큼이나 귀한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률님이 최고에요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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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의 수고와 정성을 다 헤아려알 수 없지만, 준비하는 마음도 기다리는 마음도 통했던 것 같아 더 감사할 따름이예요 ^^ 또 듣고싶어서 새벽같이 일어났어요! 마음을, 생각을, 삶을 바꾸는 갓동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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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의 수고와 정성을 다 헤아려알 수 없지만, 준비하는 마음도 기다리는 마음도 통했던 것 같아 더 감사할 따름이예요 ^^ 또 듣고싶어서 새벽같이 일어났어요! 마음을, 생각을, 삶을 바꾸는 갓동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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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너무 답답해하고 있었는데 선물을 받은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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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손해 보지 않도록,
오라버니 고생이 헛되지 않도록
저희가 열심히 돕겠습니다. ㅎㅎ
BTS 팬들처럼 마구마구 사재기 할테다 ㅋㅋ
벌써 지구는 또 한바퀴를 돌아 작년 그날을 생각나게 하는 시절이 왔네요.
코로나가 시작되어 울 오라버니 여행 못가셔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는데...
요로코롬 잘 지내고 계시고
또 엄청난 과업을 성공해내심을 축하드리며....
우리는 맘껏 즐기겠습니다. ^^
P.S 그리고 오라버니는 앞으로 계속 더 대단한 공연 하실수 있습니다.
나훈아 아저씨 보세요. ㅎㅎ
담엔 우리가 그 자리 꿰차는 겁니다.
우린 지치질 않을 거니깐.... 가자!! KBS 로 ㅋㅋ -
아아악! 초유의 새로운 일상에 지쳐 률님 걱정하다가 보고 싶어 투정하다가 가정적으로 여전한 명절의 고단함에 지쳐버려서 늦게 알게 되었어요. 너무나도 소중한 선물 덕에 집안이 온통 작년 겨울의 세종문화회관으로 돌아가버리고 감동에 젖어버렸네요. 오랜만에 정말 행복한 nicole이 무한한 감사의 인사 보내드려요. 라이브 속 선명한 함성으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률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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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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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그 공간에서 느낀대로면 꼭 라이브앨범을 내고 싶어하실 줄 알았어요. 음향이며 편곡이며 노래와 연주가 정말 너무도 완벽했고 이보다더 좋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공연 준비하시면서 남기신 글에서도 초대공연 만큼이나 설렌다고 하셨기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라이브앨범을 낼 수 있게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용단을 내려주셔서 그리고 이렇게 멋지고도 훌륭한 앨범 만들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동률님 목소리와 연주하신 분들 소리가 모두 생생하게 살아있어서 놀랐어요. 콘서트에서도 놀라움의 연속이었는데 라이브앨범 또한 그래요. 얼마나 소리를 온전히 살려내고 조화롭게 하시느라 고생을 하셨을지 저는 잘 모르지만 듣는내내 콘서트 그 장소에 그대로 와 있는 느낌이에요.
죽도록 힘든 작업이라니 얼마나 힘드셨을지 짐작하기도 어렵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위로와 보람을 느끼셨다니 정말 다행이고 그 말씀에 더 감동 받았어요. 듣는 사람들에겐 이루 말할 수없이 귀하고 귀한 보물같은 선물이에요.
그렇게도 간절히 바라던 이 라이브앨범을 들으며 살아가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꾸벅!
아마도 이번 라이브앨범은 길이길이 명반으로 칭송받을 것 같아요. -
단 한 번이라도 다시 듣고 싶어 시름시름 앓던 곡들 흡입하듯 듣고 있어요. 청원,농담,잔향,11년만에 라이브로 다시 들으며 몸서리쳤던:)고독한 항해...이 외에도 각 앨범의 주연이 아닌줄 알았던 곡들의 깊은 존재감과 낱낱의 악기들 숨결이 선명해요. 이 상황에 이 작업이 어떤 의미셨을지 깊이 느껴요. 어떤 마음이면 이 작업을 포기않고 이어가셨을지 글에 다 담지못한 부분도 더듬어봅니다. 긴 시간 침묵속의 팬으로 만족해왔지만,삶의 고비마다 동률님의 앨범을 받아들거나 공연을 다녀올 수있어 버텼다는것을 새삼 깨닫고 몇 줄의 감사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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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a tree falls in a forest and no one is around to hear it, does it make a sound?" Did Kim Dong Ryul really give a spectacular concert last year, to those who didn't attend? Now with this unforeseen live album, which will defy time and space, it's obvious that he definitely did. The songs are soothing (music+chorus) and exciting (new arrangement)! Thanr yul for taking care of the perfectionist, tedious and frustrating details to make this beautiful album happen. 多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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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뜻깊은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히 듣겠습니다 ^^ 동률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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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글 올리네요. 동률오빠 추석명절 잘 보내셨나요? 저는 잘 보냈어요. 그리고 오빠 앨범 나온거 축하드려요. 앨범구매 하고 나서 글 또 올릴께요. 오빠도 건강 조심하세요. 언제가 될지모르겠지만 청주에서 콘서트 한번만 해주시면 안될까요? 한번만 생각해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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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 쓰는것도 지겨운데, 또 독감이 유행이래요. 오빠도 독감예방접종 (독감주사) 잊지말고 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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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준비가 오라버니께 버틸 힘이 되었다니 다행이다 싶고, 작업 다 끝낸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려나 궁금해집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일상의 많은걸 바꿔놓겠지만 음악이라는 매개체가 있으니 률과 우리들은 어떻게든 연결되고 소통하고 만나게 되리라 믿어봅니다. 찬바람 부는 계절에 라이브 들으며 따스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벌써부터 마음이 포근해지네요. 인류는 늘 그랬듯 방법을 찾아낼테지요. 객석과 무대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리며 열심히 듣고 또 듣고 있을게요. 률의 소중한 결과물로 많은 분들이 힘 받았을테니 률도 힘 내시고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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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듣다가 그 떄의 동률오빠의 마음을 얼마간은 수긍할 수 있었고, 새로운 깨달음이 일었지요. 저는 지금에야, 지난 추석 떄 병원에 갇혀서 접할 수 없었던 오래된 노래 공연 라이브 앨범을 함꼐 하고 있습니다. 제가 동률오빠의 음악관이나 당시의 공연의 냄새나 온도 그런 것들을 충분히 다 인지하지 못하다고 하더라도, 저는 언젠가 오빠가 하는 말을 알아들어요. 항상 걸음이 느려서 저기 멀리 가는 오빠님을 못 좇아가지는 않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한음한음 공들여서 부르신 그 날이 되살아나오고, 관객과 무대가 한 호흡으로 할 수 있던 경험은 저만의 경험은 아니겠죠. 이런 선물을 다시 안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말 한땀 한땀 고생많으셨어요. 김동률의 진정한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다 드러나서 너무 좋아요! 이젠 소위 짬밥이 생기셔서 관록이 묻어나는 보이스이십니다. 근데, 전 이 음악을 들으면서 오빠가 못내 아픈 손가락이기도 했어요. 전 개인적인 사연으로 인한 저의 소심한 아픔이지만, 그래도 어쩔 순 없는 건 없는 거네요. 제 주변은 엉망으로 휘저어 있답니다. 저는 그런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률에 대한 저의 마음은 또 이상하게도 쉬이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언제나 변함없는 건 그거이겠지요.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에서 '청원'과 '취중진담', '농담'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모두가 힘든 코로나 시기를 지나고 있고, 때 아닌, 트롯 전성시대가 와서 잠시 위축됐던 정통 발라드 분야에 요번 앨범은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어요. -작년 이맘 때 즈음 그 때의 동률오빠를 회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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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으로 힘든요즘 오빠의 음악으로 지친마음을 달래고있습니다~ 너무 보고싶어서 예전방송 찾아서 보곤했는데,, 라이브앨범이 나왔다니! 정말 기쁜소식이네요!! 감사합니다~ 덧, 얼굴도 함 보여주시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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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주말 어떻게 보내고 계세요? 트위터 계정 복구 잘 해결 됐는지 궁금하네요? 해결 안 됐으면 빨리 됐으면 좋겠어요. 오빠 기운내시고힘내세요. 화이팅 ^^,♥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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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랫만에 들어왔는데, 기쁜 소식이 있네요. 코로나19 지쳐 있었는데, 좋은 소식을 듣게되어 기쁨니다. 더불어 률님의 생존여부도 확인하게 되었구요. 감사히 잘 듣겠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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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e álbum é precioso. É um presente especialmente para os fãs que não puderam assistir à apresentação. Mas aqueles que estiveram no show ao vivo vão se lembrar. É totalmente lindo. completo. Como esperado. Eu sou recente mas grande fã de seu trabalho, e cada dia escolho uma música predileta de Kim Dong Ryul, dependendo de meu humor e sentimentos. Drunken Jindam é uma música que pesquisei e ouvi em todas as edições disponíveis, mas essa última versão está sensacional. Conforme você já definiu, está ADULTA. Na verdade está bastante adulta: elegante e sexy. Gostei demais de tudo. Volte sempre para aquecer nossos corações com seu talen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