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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l 2000.07.16
나의 수영이야기

"나는 수영을 좋아한다.

딱히 잘 하는 운동이 없는 나로서는 할 줄 아는 운동이 뭐냐

는 물음에 답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운동 종목중 하나가 수영

이다. 물 속에 들어가 있으면 조용해서 참 좋다. 수면을 경

계로 시끌벅적한 외부세계랑 단절되어 소름끼칠 정도로 적막

한 그 침묵이 나는 좋다. 만약 후생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잡

아먹힐 위험이 없는 물고기로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생

각을 해본 적이 있다.

선수처럼은 아니지만 그래도 물에 던져 넣으면 빠져죽지 않

을 정도론 수영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어렸을 때 어머니의 극

성으로 3년 동안 YMCA 수영장을 다녔던 덕이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내 손을 잡고서 일주일에 3번씩 강남역에서 잠실

역까지 손수 바래다주신 그 정성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라고 말하려면 적어도 내가 아시안 게임에서 동메달 정도는

땄어야지 어울리는 문장 같지만, 지금 생각해보면...정말 대

단한 정성이다. 하지만 그 때만해도 이런 사설 교육시설이

지금처럼 풍요롭던 시절이 아니라서 다른 여타 학부모들도

대게 그러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도 남들처럼 자가용 타고

집에 갔으면 했던 철모르던 시절의 투정도 기억이 난다.

내가 다녔던 수영장은 완전 말 그대로 스파르타식 학원이었

다. 하루에 2시간씩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었는데 1시간은 체

육관에서 마치 명랑운동회를 연상시키던 각종 체조와 구르기

뜀박질 등을 시켰다. 나는 선천적으로 운동신경이 둔한지라

이 시간이 매우 싫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지만 수영시간

은 달랐다. 몸이 워낙 마른지라 속도가 빠르거나 폼이 우수

한 건 아니였지만 폐활량이 좋아서 (지금은 담배 때문에 다

옛날예기지만...) 체육관에서처럼 열등감에 사로잡힌 채 아이

들을 앞에서 주눅들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난 물이 좋았다.

수영을 할 때마다 난 늘 내가 하늘을 날고 있다고 생각했다.

바닥에 발이 닿지 않아도 장시간 떠 있을 수 있는 방법을 배

웠던 날의 희열을 잊을 수 없다. 이렇게 수영에 대한 자신감

을 갖게 된 이후로부턴, 어쩌다 길거리에서 락스냄새만 맡아

도 사뭇 흥분되곤 했었다.

3년동안의 수영 강습중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몇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같이 수영을 배우던 꼬마 아이하나가

수영 풀에 참지 못하고 변을 보는 바람에 며칠동안 수영장이

폐쇄되었던 기억이고, 또 하나는 아무한테도 말은 안했지만

9살의 나이로서 생존경쟁의 치열함을 처음 깨달았던 날이다.

바야흐로 내가 수영을 다닌지도 거의 3년이 되어가 이젠 종

목을 바꿔가며 쉬지 않고 1000m를 왕복하는 게 일상이었던

때였다. 어린 코흘리개들에게 1000m를 쉬지 않고 완주한다

는 건 대단히 힘든 일이었는데, 2m가 넘는 대나무 장대를

들고 떠억 버티고 서있는 코치들의 눈을 피해 잠시 휴식이라

도 취할 참이면 어김없이 장대에 찍혀 물 속으로 곤두박질

치게 마련이었다. 등에 마치 나비처럼 생긴 부표를 달고 있

는 유아들부터 이젠 몸집이 꽤 잡힌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

까지 모두 예외 없이 완주를 해야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영악했던 지라 페이스 조절을 잘 하는

편이어서 중간에 장대 질을 당하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그

날도 마지막 25m를 남겨놓고 나는 지금 산소가 거의 바닥난

구출 직전의 우주선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다는 상상을 하며

있는 힘을 다해 물장구를 치고 있던 중이였다. 이제 거의 벽

을 짚으면 된다라는 찰라에 갑자기 내 머리가 누군가에 의해

쑤욱 바닥으로 꽂혀졌다. 숨을 참다 못한 한 꼬마가 내 머리

를 잡고 올라탄 것이었다. 막 숨을 들이쉴 찰라였기 때문에

난 하염없이 물을 먹으며 이렇게 나의 9년의 인생이 여기서

마감되는구나 생각했다. 동시에 굉장히 억울하고 분했다. 누

군지 모르지만 남을 희생시키며 자기만 살려하는 인간의 본

능에 경악해했다.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고 한편으론 호랑

이처럼 무섭던 코치들의 후회에 죄책감에 가득할 얼굴이 떠

올랐다.그 외에도 많은 생각이 짧은 순간에교차했었던 것 같

은데 잘 기억이 안난다. 아무튼 그 친구는 나를 효과적으로

이용한턱에 금새 물 밖으로 나갔고 덕분에 난 죽진 않고 분

노와 쇼크에 부르르 떨면서 나의 이 억울함을 하소연할 누군

가를 찾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필사적으로 나의 몸에

기대 제 살길을 찾았던 그 아이는 태평하게 다른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있었고 코치들은 아직 완주를 끝내지 못한 아이

들에게 윽박지르느라 정신없는 분위기였다. 내가 아무리 하

소연을 해봐야 정말 내가 이 수영장에서 익사를 해 수면 위

에 둥둥 떠다니기 전엔 아무것도 아닌 그저 있을 수 있는 일

상에 불과한 일이였다는걸 깨달았다. 나는 이후 그날의 일을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 어린 나이에도 불구

하고 세상을 산다는 건 이렇게 치열한 경쟁 속에 빈틈없는

방어와 때론 남을 짓누를 줄 아는 사람의 몫이라는 걸 어렴

풋이 깨달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행스런 일은 그런 사건이후로도 난 여전히 수영을 좋아했

다라는 것이다. 다시는 그 친구와 같은 라인에서 수영을 하

지 않으려고 세심히 주의했을 뿐 그 이후로도 난 하늘을 나

를 새와 표류된 우주선의 선장을 번갈아 상상하며 3년의 걸

친 수영강습을 무사히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