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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l 2000.07.31
대학가요제 이야기 3

"대학가요제 본선 진출자들은 한달여기간동안의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해야하는데 결선 당일을 포함하여 4박 5일동안은 같이 호텔에서 합숙을 해야 한다. 사실 이 기간이 우리로선 가장 재미있었고 기억에 남는 시간들이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팀들의 거처문제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취인데 사실 전에는 거의 1주일동안 같이 합숙을 했었더랬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4박 5일로 줄였다고 했다. 이 기간에 우리는 매우 다채로운 행사에 참가했다. 기본적으로 는 대학가요제 당일 출전곡의 리허설 및 앨범 녹음, 특별공연 안무 연습등이 주된 스케쥴이었다. 특히나 특별공연 안부연습은 춤과는 거리가 먼 우리를 매우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게다가 대학생들이 뽑은 트로트 베스트 10에 맞추어 행해지는 댄스였으므로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갖은 노력 끝에 우리는 간신히 맨 끝열에서 춤을 출 수 있게 되었지만 공연 실황테입을 보면서 단한번도 스킵하지 않은적이 없을 정도로 나로선 민망한 순간이었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기만을 바랄뿐)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그런 기회가 아니고서야 한벽면이 몽땅 유리인 커다란 방에서 원 투 쓰리 스텝을 밟아볼일이 또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한 도에서 골고루 본선 진출자를 뽑는 원칙에 따라 우리는 전국 각지의 대학생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너무도 수줍을 탔던 몇몇 팀들을 제외하고는 이

내 친해져서 하루 일과가 끝난후에도 어울려 술을 마시거나 노래방을 가서 서로의 노래실력을 넌즈시 겨누어 보기도 했다.

참가에 의의를 둔다는 사람부터 가수의 꿈을 키우고 있었던 사람들까지 각기 인생의 설계는 달랐지만 적어도 이때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행복했던 우리였으므로 하루 하루가 아쉬울 정도로 시간은 빨리 흘러갔다. 합숙이 시작 되었을때는 거의 잠을 잊은채 몇 개의 방에 몰려들 가서 통기타 반주하나에 2중창 3중창 밤이 새도록 노래를 불렀댔다. 투숙객들의 불평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호텔직원이 와서 들여다봤더라도 같이 한곡 뽑고 돌아갔을 그런 분위기였다. 세 번째 밤인가에는 대학가요제출신 선배들이 방문하여 격려해주었다. 그들은 이미 매우 평범한 사람으로써 각자의 삶을 살고 있었지만 설레는 기억들은 아직도 가슴속에 여전한 듯 했다. 나도 10년쯤 뒤에 그런 자리에서 후배들을 격려할 날이 올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일이지만 행사 당일 직전까지도 우리는 상에 대해 별로 연연하지 않았었던 것 같다. 일단 빈틈없이 진행된 스캐줄 덕에 서

로의 곡을 들어볼 기회가 전혀 없었을뿐더러 취직 시험도 아닌 이상에야 누가 상을 타던 다같이 모두 축하해 줄 그런 분위기였다. (실제로 수상이 끝난뒤에도 그랬다.) 그저 같이 예선을 치룬 사람들 끼리의 입소문으로 아..이팀이 잘한데 저 그룹사운드의 여자보컬이 겉보기엔 얌전에도 무대에선 180도 바뀐데 등등의 얘기들이 나돌 뿐이었다. 덕분에 행사 당일날엔 처음부터 끝까지 과연 저 형은 노래를 잘하는구만 이 누나의 곡은 이랬군 하며 지루하지 않게 마치 구경온 사람처럼 재밌게 감상할 수 있었다.

6.

이윽고 결선의 날이 다가왔다. 동욱이가 잠도 자지 않고 1시간마다 젖은 수건을 갈아 준 덕에 나의 목컨디션은 최상이었고 우리 팀을 위해 따로 준비된 작은 무대엔 검정색 그랜드 피아노가 다소곳이 놓여있었다.

우리는 참가번호 10번이였다. 15팀중에 10번째였으니 나쁘지 않은 순서였다. 시청률이 30%가 넘어가는 대형 생방송 쇼인지라 모두들 바짝 긴장해서 맡은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인자한 엄마같은 인상이였던 홍성pd도 그때만큼은 달라보였다. 평소보다 2배 빠르게 달리는 시계처럼 모든게 순식간에 착착 진행되어갔다. 사회자는 이문세와 이수만이 공동으로 맡았다. 특별게스트는 대학생들이 뽑은 그 해의 가수로 선정된 이승환이 대기중이었다.

무대 셋업이 완벽히 끝나고 오디오 리허설도 마친후 마지막으로 카메라 리허설이 남았다.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시상식 리허설때였다. 수상을 할

경우에 무대 바로 앞에 마련된 객석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무대로 걸어올라가야 하는데 그 동선 파악 및 한치의 실수도 미리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진행되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무작위로 작성된 리허설 수상명단에서 우리가 대상이었던 것이다. 짖굳게도 이문세 선배는 상을 탈줄 짐작했나요? 라고 웃으며 물어보았는데 당연히 난 아니요 전혀 몰랐습니다 라고 대답해서 좌중의 웃음을 낳았다.

생방송 큐가 떨어지고 어제까지의 수수했던 대학생의 모습은 간데없고 다들 한껏 모양낸 차림이 된 우리들은 수개월간 갈고 닦았던 음악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사람은 이미 다 파악했는데 정작 음악은 몰랐던 나로선 마치 친한 친구들이 대거로 출연한듯한 느낌이었다. 와 이 누나 보기와는 다르네....음.... 역시 이 형이 춤을 출줄이야..... 감기 때문에 고생하더니 정말 무대 체질이구만. 등등등.

동욱이가 미식축구 선배들을 동원해서 찍어온 홍보 비디오가 참가번호를 알리며 플레이되자 우리팀을 응원하러온 수많은 선배 친구들의 환호성이 들

려왔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와주웠다. 고맙게도. )

큐사인을 기다리며 피아노앞에 앉아있는데 문득 지금 이순간 만큼은 세상이 나의 손에 달려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방송이니까 내가 갑자기 마이

크에 대고 정치적 발언을 한다던지 하는 미친짓을 한다면 적잖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킬수 있다거 생각을 하니 갑자기 흥분이 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이상한곳에서 자신감을 찾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난 떨지 않고 무사히 노래를 마칠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 이후로는 난 생방송을 너무도 무서워한다. ) 최선을 다 했으니 된거라고 생각했다. 동욱이

도 만족한 듯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