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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l 2000.08.06
대학가요제 이야기 (마지막편)

"결선자들의 1부 순서가 끝나고 다들 이승환의 특별공연에 넋이 빠져 있을때쯤 동욱이가 보이지 않았다. 찾으러 돌아다녀 보니 무대 뒷켠에서 열심히 베이스기타를 튜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쩌지. 동욱이는 베이스기타를 매우 정성들여 관리했기 때문에 연주가 끝나면 항상 줄을 모두 풀어놓곤 했다. 혹시나 대상을 받게 될 경우엔 바로 앵콜송을 불러야 하는 관계로 그에 대비하여 다시 튜닝을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평소 그의 성격과는 달리 나의 질책에도 불구하고 그는 혹시 모르니까 하고 얼버무리며 슬그머니 무대 뒤 피아노 옆에 베이스기타를 세워놓는 것이었다. 나는 다른 참가자들에게 들킬까 무서워 얼른 동욱이를 끌고 나왔다. (어쩌면 은근슬쩍 나도 기대하고 있었기에 더 이상 말리진 않았던 것 같다.) 알고보니 평소와는 달랐던 어색한 동욱군의 행동에는 나름대로 슬픈 사연이 있었다. 1부 순서가 끝나고 수상자가 결정이 된 직후, 우리가 대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방송작가 누나가 동욱이의 열심히 베이스줄을 풀고 있는 모습을 고민스럽게 바라보다 결국, 너희팀이 대상이니 다시 베이스를 튜닝해서 무대 뒤에 갖다놓으라고 말을 해준것이었다. 대상이란 사실은 너무나 기뻤으나 김이 새버린 동욱은 나만은 무대에서 그 기쁨을 맞게 해 주기 위해서 일부러 숨겼던 것이다. 그런고로 본상과는 별도로 대학가요제 역대 수상자들이 투표해서 주는 상인 특별상에 호명되었을 때 동욱이는 2개의 상을 거머쥐게 되었다는 것에 흥분하여 대상몫까지 함께 기뻐하며 방방 뛰었던 것이다. 금상까지 발표가 끝난 뒤였기 때문에 막연히 대상을 점쳐보던 나로서는 약간 실망이 아닐 수 없었는데 너무도 좋아하는 동욱이를 보고 덩달아 아..좋은 상을 받은거구나 하고 같이 보조를 맞추어 주었었다. 모름지기 사람은 동욱이처럼 겸손해야 해 하면서.

대상 발표는 모름지기 매우 뜸을 들이기 마련인데 그날따라 유독 심했다. 게다가 사회자가 유난히 특별상은 본상과 겹쳐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게 심상치 않았다. 나를 응원하

러 온 친구들은 목이 터져라 10번을 외쳐대었고 숫자상으로 압도했던 탓인지 아니면 내가 그 번호만을 듣고 싶었던 탓인지 내 귓속에선 10번! 10번! 이 환성이 윙윙 돌았다.

마지막 스내어 롤이 울리고 '제 17회 대학가요제 대상 참가번호..' 그 순간에 동욱이가 나의 손을 슬며시 꽉쥐었다. 그는 이 순간을 맘껏 음미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혹은 그에겐 이미 사라졌을 숨막히도록 흥분되는 그 떨림을 나를 통해 느끼고 싶었을런지도 모르겠다.

'10번 전람회! 축하합니다.'

너무 좋아서 입을 다물수가 없다라는 표현은 사실에 근거한것이라는 것을 처음 확인 한 순간이었다. 카메라가 계속 무대앞에 남아있었던 다른 팀들을 훑고 있었는지라 (그들은 우리가 또 상을 탈것이라 예상하지 못했기에) 극적인 그 순간이 녹화테입에 남아있지 않은 것이 매우 유감이지만 주위 사람들에 말을 빌리면 몇분동안 입을 다물지 못한채 그저 멍하니 있었다고 한다. 수년동안 바로 이순간에 어떤 제스츄어를 취할까 고민하며 보냈었는데 정작 바보처럼 입만 벌리고 서있었다니. 이문세 선배는 너무나 짖굳게도 리허설때와 똑같은 질문을 다시 던졌다. '대상을 받을꺼라고 예상을 하셨나요?' 순간 나는 너무나 당황했다. 순진했던 것일까? 리허설 때 했던 대답을 또 번복할 수는 없다라는 생각에 그리고 상을 2개나 타버려서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한 나머지 ' 네 조금은요 '라고 대답해버리고 말았는데 이것 때문에 훗날 두고두고 당찬녀석들이라는 얘기를 들어야만 했다.

앵콜을 마치고 생전 처음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싸인이랍시고 이름 석자 적당히 흘려서 적어주고 (결국 이것이 나의 싸인이 되어버렸지만.) 모든게 멍했다. 믿어지지가 않았다. 흥분한 친구들이 관중석에서 내려와 격려해주었고 그 중 몇몇은 기쁨에 겨워 울고 있었다. 예상대로 다른 팀들은 사심없이 축하들 해주었고 마지막 합숙날이었던 그 날 밤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롤링 페이퍼를 만들고 서로의 연락처를 적고 그렇게 지새웠던 그 날밤은 정말 잊혀지지가 않는다.

아쉬운 일이지만 그 이후로 연락이 되는 친구들은 한명도 없다. 한동안은 꽤 자주 만나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늘 그러하듯 어느샌가 연락이 서로 뜸해지고 지금은 그저 서로의 추억속에 남아 있을 뿐이다.그 중 몇몇은 지금 음악생활을 하고 있는턱에 가끔 우연히 볼기회가 있었지만 그저 대학시절 좋은 추억만들기에 만족했던 다른 사람들은 지금쯤 무얼하고 있는지 무척이나 궁금하다.아마 지금쯤은 애기 아빠, 엄마가 되었을 수도 있고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다른 직종에서 또다른 그들의 꿈을 키워가고 있을는지 모를일이다.요즘 가요제는 마치 가수 데뷔를 위한 전초전쯤으로 전락되어버린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 이유는 이미 대학문화라는 것이 전무하다시피 할정도로 그 정의가 모호해 졌는데다가 대중 음악의 풍토가 많이 바뀐탓도 클 것이다. 대학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대학가요제라는 호칭또한 넌센스가 될것이므로 참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언제나 사람은 자신이 향유했던 지난날 그 시절이 그대로 남아있게 바라기 마련이므로 이미구세대가 되버린 나의 괜한 우려일 수도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