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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l 2000.08.15
나의 요리 이야기

"혼자 사는 유학생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밥은 잘 해 먹나요 라는 물음일 것이다. 특히나 나이 많으신 어른들의 입장에선 여자도 아니고 남자가 그것도 외국에서 과연 하루 3끼 잘 챙겨먹을지는 여간 회의적이지 않을 수 없다. 통계적으론 사실 그분들의 염려가 거의 맞다고 보면 된다. 거의 대부분의 남자 유학생들은 밖에서 사먹는 경우가 많고, 피자 혹은 중국음식을 시켜먹거나 아니면 라면 혹은 인스턴트 식품으로 때우곤 한다. 귀찮아서 굶는다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사실 어머니가 챙겨주시던 따뜻한 '밥' 에 워낙 길들여져 있는 그들로서는 자신이 몸소 하루 3끼를 챙겨먹어야 한다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햄버거나 피자와 사랑에 빠지는것도 한계가 있고, 설상가상으로 돈을 아껴야하는 처지에 있다면 밥은 소홀이 한 채 각종 영양제만 하나 가득 챙겨가지고 다니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나는 요리를 좋아한다. 따라서 밥도 잘 챙겨먹는 편이다. 혼자 산지도 어언 3년이 넘어가서 나름대로 노하우도 있는데다가, 본인 스스로를 미식가로 간주하기 때문에 남들 보단 식단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주위에서도 요리를 잘 한다고 평판이 나있는데, 이는 그들이 한국음식에 굶주려 있을 적시에 내가 정당한 메뉴를 공급한 시기적절함도 한 몫을 했고, 또 사실 내가 생각해도 내 요리는 딱히 어머니 솜씨에 비해 손색이 없다. 한번은 보스톤에서 아는 누나 한명이 한국식당에 갔다가 10년만에 중학교 동창을 만났는데 어쩌다 내 얘기가 나왔단다. 그러자 대뜸 그 친구가 하는말이 '그 사람이 그렇게 요리를 잘 한다며?' 그 순간엔 소문이 참 무섭고 빠르다는 생각에 오싹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정말 요리를 잘 하긴 하나보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고난이도의 일품요리에 능한 것은 물론 아니다. 나는 아주 기본적이고 간단한 요리를 맛깔스럽게 해 내는것에 보다 관심이 있다. 게다가 유학생들은 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단계적 과정을 요구하는 요리는 부담스럽다. 제빨리 있는 재료로 손쉽게, 그러나 맛있게, 영양도 만점인 그런 음식이 필요한 것이다.

나의 대표적인 메뉴는 미역국, 김치찌개 그리고 닭도리탕.에헤...그것도 요리냐 라고 비웃는다면 나는 가볍게 코웃음치며 '그럼 니가 해보렴' 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요리는 음악과 마찬가지라서 간단한 요리일수록 정말 맛있게 만들기가 어렵다.재료가 적을수록 요리의 맛의 승부는 주로 불의 조절이나 소금 후추 조미료등의 양 조절, 국물이 있을 경우엔 물 양의 조절같은 아주 미세한 부분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찌개를 끓일때에는 특히나 음악의 믹싱작업과 자주 비교가 되어서 혼자서 웃곤한다. 각 악기를 제대로 녹음을 했더라도 나중에 믹싱작업에서 제대로 발란스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좋은 sound를 낼 수가 없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그만큼의 섬세함이 요구된다.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한 것은 유학와서 부터이다. 유학 오기전의 나의 나날은 술로 점철된 하루 하루였다. 누구나 술을 좀 마시고 나면 다음날 아침에 해장을 하고 싶어 할터인데 나의 고민은 과연 미국에 오면 무엇으로 해장을 하나였다. 늘 즐겨가던 해장국집이나 설렁탕집이 있을리 만무하고 혹 있다하더라도 한국처럼 24시간 영업은 절대 불가능할 터였다. (실제로 확인해 본바 일반 음식점에서 설렁탕을 팔긴하는데 여기선 설렁탕도 큰맘 먹고 찾아가서 먹는 메뉴이다.) 혹자는 라면! 이라고 외칠 수 있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라면은 술과 함께 먹는 안주이지 결코 해장용 음식이 아니다. 그래서 결국 내가 손수 끓여먹는 방법이 최선이라 생각하고 주위의 의견을 수렴해 보았다. 그래서 선택한 종목이 바로 미역국이다. 실제로 미역국은 미역과 소고기 참기름 국간장 소금약간만 있으면 땡이다. 물론 한차원 높여서 조개로 국물을 내는 버전 2가 있지만 초보자에겐 권하고 싶지 않다. 물에 불린 미역을 고기와 함께 참기름을 넣고 들들 볶다가 물을 붓고 간장으로 간해서 끓이면 끝. 10분이면 조리가 끝난다는 강력한 장점과 함께 영양도 만점이고 국물이 정말 시원하다. 워낙 조리법이 간단해서 왠만큼 센스가 없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실패할 수가 없지만, 혹시 보다 고차원의 미역국을 끓이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에 보다 충실해야 할터이다.

1. 미역을 잘 골라라. (보스톤에서는 한국 슈퍼에서 파는 미역 종류의 한계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지만...한국에선 아마도 곱고 하늘하늘한 맛있는 미역이 많을 것이라 짐작된다.)

2. 미역을 볶을 때 절대 태우지 말 것.

3. 물을 너무 많이 붓지 말 것.

4. 조미료를 많이 넣지 말 것. ( 미역자체의 향과 고기의 고소한 맛을 지울 염려가 있다.)

김치찌개도 기본적인 과정은 비슷하다. 김치와 돼지고기 (혹은 스팸)을 볶다가 물을 넣고 끓인다. 특히나 김치찌개는 김치에 그 맛의 승부가 달려있다. 그리고 반듯이 신김치를 이용할 것. 만약 생김치로 찌개를 끓이려 한다면 스키장에 놀러가서 슈퍼에서 갓 산 김치로 끓인 찌개 맛이 나오게 될 것이다. (한번쯤은 경험이 있으리라.)

앞서 말한 듯이 요리와 음악과는 많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음악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요리를 잘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다들 예상하듯이 신해철선수. 손을 대는 범위가 한계가 없다. 곱창 전골에서 마늘 장아찌에 이르는 소박한 한식 메뉴에서부터 먹어본바는 없지만 개구리 뒷다리 요리까지 해낸다고 한다. 그의 요리의 특징은 일단 것보기엔 정말 이것이 과연 먹는걸까 싶다는 것. 매우 실용적인 요리관을 가지고 있는지라 미관상 맛있어 보여야하는것엔 신경을 쓰지 않는단다. 그렇지만 일단 한입 떠넣으면 대체로 그의 음식은 맛있다. 사실 좀 희안한 맛이긴 하지만 맛있다고 본다. 그도 요리를 할땐 굉장

히 진지한데 평소 거침없는 그의 성격에 비해 다진 마늘 하나까지 꼼꼼히 챙겨서 장볼 물건 목록에 적어넣는걸 보면, 우습지만 그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이 데쟈뷰되기도 한다.

정재형선수가 대표적인 나의 라이벌. 그는 주로 냉장고 뒤져내어 남는 재료로 만드는 요리에 능한데, 이는 늘 배가 고파도 제대로 챙겨줄 사람이 없는 환경탓에 근거한건지 아니면 워낙 정통을 파는데는 관심이 없는건지 알 수 없다. (참고로 그는 3형제중 차남으로서 어머니가 외출하시면 혼자 음식을 해먹어야 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내가 혼자살때도 종종 놀러와서 제멋대로 온집을 뒤져 희깐한 음식을 만들어내곤 했다. 그중 거의 대부분이 수준이상의 작품들이었는데 대표적인 요리로선 간장 볶음밥. 일단 간장과 밥만 있으면 그것 자체로 plain menu이고 거기에 토핑으로 양파, 참치, 스팸, 장조림, 심지어는 먹다남은 불고기 등등을 첨가 할 수 있는데 물론 그것들은 그날 그날의 우리집 냉장고 사정에 따라 좌우된다. 난 그전까진 한번도 간장으로 볶음밤을 만들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그 나름대로 '틀'을깬 과감한 시도였다고 평가한다. 서로의 등을 다독이며 새로운 식단 개척에 심혈을 기울이던 우리는 서로 유학의 길을 걷게 되면서 부터 각개로 연구중이다. 특히나 그는 요리의 도시인 파리에서 유학중인 관계로 또 어떤 새롭고 맛난 메뉴가 개발되어 있을지 매우 궁금하다. ( 요리공부하는건 아님.)

동네 배달 음식점은 모두 꿰고 있을정도로 늘 시켜먹는걸로 끼니를 때우는 윤상옹도 라면 하나만큼은 기가막히게 끓인다. 군대 시절에 익힌 기술이라는데 처음엔 라면을 잘 끓여봐야 얼마나 맛이 차이가 날까 반신반의 했으나 한입 먹어보곤 바로 인정해주었다. 혹시나 해서 슬쩍 훔쳐봤던 바로는 약한 불에서 끓이다가 끄기 직전 1분동안 센불에서 달구는게 키포인트가 아니였나 싶다.

이웃사촌이었던 김혜림양의 음식솜씨도 맛갈스러운데 이는 정통 평안도 음식의 전수자이신 어머님의 영향이 크다. 계절마다 한번씩 게찜서부터 만두까지 각종 음식을 대접해주시곤 했

었는데 그 영역까지 넘보기엔 절로 고개가 숙여질 정도이다. 손맛이 무엇인가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했던 그런 음식들..혜림씨 고스란히 전수받으시죠....

한국에 돌아와서 백화점 슈퍼에 잠시 들릴 일이 있었다가, 나도 모르게 나안에서 이미 싹트고 자란 아줌마 취향에 그만 놀라고 말았다. 눈이 머무는 진열대의 상품들이 27살의 남자의 취향이라기엔 좀 서럽다.

음...저 냄비가 있으면 튀김을 해먹을 수 있겠구만.

중탕냄비....음.... 그렇다면 찐만두를?

콩나물을 기르는 기계가 있다니....콩은 보스톤에서 구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