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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l 2001.02.03
나의 학력고사 이야기 3

"모름지기 합격자 발표다 하면, 대학 운동장에 바글바글한 사람들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가서 내이름 석자를 명단에서 확인하기...이쯤은 되야 꽤 드라마틱한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애초에 대학까지 가서 확인할 맘은 있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내 귀로 '합격입니다' 라는 멘트를 듣고 싶었는데....

늦잠 자는 나를 기다리기가 조급하셨던 부모님께선 자기들끼리 바로 합격여부를 확인해 버리곤 생에 한번밖에 없는 그 아슬아슬하고도 긴장되는 순간의 환희를 앗아가 버리고 말았다. 결국 나는 아버지가 합격이다라고 깨우는 소리에 놀라 그렇게 잠결에 어영부영 꿈인지 생신지 알쏭달쏭한 기쁨을 맞게 되었던 것이다.

합격했다는 사실을 첨으로 알리고 싶었던 사람은 동욱이였다. 전화를 받자 마자 너무나 흥분한 목소리로

'서동욱 나 합격이야!'

동률의 예상대답 : ' 야...그래 임마 이제 우리 같이 대학교를 다니는

구나 ~~~~ 당장 만나서 축하주라도....'

실제 서동욱의 대답 : ' 당연한거 아냐? 있다가 전화할게....'

무정한 인간 같으니라고....

여기서 잠깐 합격자 발표 전날의 일을 얘기하고 넘어가려한다.

동욱이네 집에서 열심히 놀고 있었다. 아마도 대학에 붙어서 음악을 같이 하자 뭐 이런류의 대화를 진지하게 나누고 있었을 터이다. 그러던 와중에 전화가 왔다. 같은 대학 경영대를 지원했던 친구의 전화였다.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하려는 거였다.

아마도 대학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하루 전에 미리 귀뜸을 해준 모양이었다.

'야 자식 됐구나..잘됐다 임마...'

우리는 서로 전화를 번갈아 가며 축하를 해주었다.

머쓱해하면서도 기쁨을 억누르지 못하던 친구는 '니네는 뭐 당연히 되겠지...'라는 어색한 끝인사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잠시 동안의 묘한 침묵이 흐르고 우리는 다시 하던 대화의 끝자락을 더듬으며 애써 흥분되기 시작하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내일이면 모든게 결정이 나는 것이다. 내일이란 경계선에서 천국과 지옥이 갈리는 것이다. 우리는 함께 저쪽으로 갈 수도 있고 아니면 각자 다른 편에서야 할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들의 한 친구는 저쪽 편임이 정해졌다.

그러고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동욱이 어머니가 흥분된 목소리로 동욱이를 부르시며

방문을 확 열고 들어오셨다.

'너 됐데! 붙었데 동욱아!'

'네?'

'00가 알아보며서 너까지 같이 부탁했는데 00도 붙었고

너도 붙었덴다...'

그 다음은 여러분들 상상하시는 그대로.

슬로우 화면이 좋겠다.

얼싸안은 모자가 방방 뛰면서 기뻐하는 가운데 옆집에서 헐레벌떡 달려오신 할머님과 동생이 가세하여 일대 축제 분위기가 되어버린 당연한 그 분위기에 너무나도 어색하게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동욱이의 합격이 진심으로 기뻤고 사실 당연히 붙을꺼라고도 생각했지만 먼저 걸려왔던 친구의 전화와 연달은 동욱이의 합격은 갑자기 세상 끝에 혼자가 된 듯한 엄청난 소외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그제야 나의 존재를 깨달은 동욱이의 너무나 형식적인 (그러나 딱히 나래도 달리 할말은 없었겠지만) '너도 붙을텐데 뭐...'

라는 말이 무겁게 가슴을 파고들었다.

축하한다는 말을 남기고는 어색하게 자리를 떴다.

돌아오는 길에 많은 잡생각이 들었다. 질투는 분명 아니었지만 심난했던 건 분명했다.

그 날의 저녁뉴스는 이런 나의 불안심리를 더욱더 가중시켜주기에 충분했다. 2가지 쇼킹한 소식을 전해주었는데 하나는 건축과가 공대 탑을 기록했다는 것과,내심 수석을 기대하고 있었던 나의 점수는 과의

평균점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였다. 나의 예상점수는 전적으로 내가 채점한 점수였기에 몇 개의 실수라도 있었다면 보기 좋게 낙방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갑자기 핑클 파마머리로 종로학원을 다녀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 외에 또 무슨 생각을 하며 밤잠을 못 이뤘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