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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l 2001.02.25
나의 작곡이야기2

"내게 있어서 '작곡'이란 마치 일기와 같다.

매일 매일 그 날의 일들을 수월하게 적을 순 없겠지만,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담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아주 시간이 오래 지난 뒤에 들어도, 그 감정들은 마치 어제 일처럼 고스란히 다시 내게 온다. 지난날의 사진과 일기장을 뒤적이며 추억에 젖듯, 나는 가끔씩 유년시절의 나의 습작들을 들으며 때론 중학생이, 때론 고등학생이 되어보곤 한다. 그 노래들은 조금씩 세월에 닳아져서 딱딱하게 굳어버린, 이제 더 이상의 빈틈조차 없어 보이던 마음 한구석을 뚫고 들어와 나를 그 어딘가로 데려가곤 한다.

일례로 중3 졸업식때 만든 노래를 듣노라면 ('졸업'이라는 곡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 그 당시 친했던 친구들 생각이 난다. 유감스럽게도 한 명도 연락 되는 사람은 없지만, 그리고 아마 지금 다시 만난다면 무척이나 어색하겠지만,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그 때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이 5배 스피드로 돌려보는 영화처럼 순식간에 흘러간다. 노래가 끝날 무렵 나도 모르게 젖어버린 뜨거운 눈두덩이의 느낌과 가슴 저 깊숙이 납덩어리 하나가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는 그 느낌이 나는 좋다.

이렇게 그때 그 순간의 내 느낌과 감정을 가장 솔직하게 담을 수 있는 수단으로써 나는 '작곡'에 매료되었었던 것 같다. 물론 전편에서 얘기했듯이 초등학생의 치기어린 마음이 가장 근원 적인 동기였다고 해도 그걸 계속하는 동안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자기위안의 방법을 터득했다고나 할까?

다들 알겠지만 중학교에 올라가면 바야흐로 입시 지옥이 시작이다. 전교생의 석차가 매겨지며 이때부턴 아무리 열린 부모님이라 할지라도 자식의 성적에 신경이 쓰이게 마련이다.

난 솔직히 공부를 잘하긴 했지만, 그 나름대로 한창 느끼고 자유로울 나이에 갑자기 찾아온 억압감은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일이 개인적인 스토리를 설명하기엔 뭐하더라도 한마디로 말해 나의 중학교 시절은 참 우울했다. 매일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생활에서 무언가 의미를 둘 것이 필요했다. 운이 좋았던지 담배나 당구 혹은 오락실이나 만화책일 수 있었던 탈출구엔 별로 맘이 가지 않았다. 그 보단 혼자서 피아노를 뚱땅거리는 게 더 좋았다. (다행이 피아노 치는 것은 합법적인 휴식으로 부모님도 인정해 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절 나의 유일한 '낙'이 내가 음악을 하는데 가장 밑거름이 되었던 것 같다.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어린 친구들이 공부차원에서 하는 것들을 난 너무나 감사하게도 삶의 낙으로 삼았으니 효과가 만점이었던 것은 당연할 것이다. 예를 들자면 좋아하는 가요나 팝을 듣고서 똑같이 피아노 쳐보기랄지 거의 표절에 가까운 곡들을 만들어놓고 좋아하기 등등, 지금 공부차원에서 하라고 시키면 하기 싫을 수도 있었던 것이 중학교때 나에게는 삶을 지탱해 나갈 수 있는 큰 위안거리였다. 미국에서 같이 학교 다니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 그 혈기왕성함에 참 부러울 때가 있다. 앞뒤 잴 것 없이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들을 닥치는 대로 경험하려 하는 열정이 때론 그들의 타고난 재능보다 더 부럽다. 그로 인해 축적되어지는 다양한 지식과 경험들이 곧 그들의 음악생활에 가장 근본이 되는 밑거름이 될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해라'

막연한 말 같지만 참으로 '정답' 일 아닐 수 없다.

자기가 정말 원해서 열정을 가지고 하는 일은 억지로 하는 일의 능률과는 비교할 수 없다.

화성에 능란해지기 위해 수많은 책들을 들여 파는것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곡을 따라 쳐보고 혹은 악보를 구해서 한 달이 걸리든 두달이 걸리든 그 작업 속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다면 결국은 해야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공부'를 한 사람보단 '즐기고 논' 사람이 훨씬 많은 것을 얻을 것이다.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난 뒤 나도 이런 우매한 방법으로 음악을 익히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음악을 많이 고루고루 들어야 한다는 선배의 충고에 따라 전혀 귀에도 들어오지 않는 소위 명반이라는 씨디를 구해다가 듣곤 했다. 감히 말하건대 이렇게 들었던 음악들은 하나도 내 것이 된 적이 없다. 우스운 일이지만 요즘 귀에 꽂혀서 열심히 듣고 있는 음악이 알고 보니 6년전에 사놓고서 한두 번 듣다 처박아 놓은 씨디 안에 수록되어 있었던 곡인 것을 알고 민망했던 적도 있다. 그때는 정말 이런걸 왜 들을까 했었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좋다. 아마 6년이란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그 곡을 내 안에 받아들여질 그릇이 형성되었던 것이리라.

좋지 않으면 듣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의 경우라면 남들이 다 훌륭하다는 곡들이 왜 그런 얘기를 듣는지 정도는 알 필요가 있겠지만 그래도 별로 '느껴'지지가 않는다면 잠시 접어두어도 좋다고 말해주고 싶다. 대신 지금 내가 너무 좋은 곡들을 열심히 들으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