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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l 2003.10.01
나의 게임 이야기


"초등학교 시절 오락실은 그 누구에게나 친근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소이리라. 하지만 나는 부모님의 엄격한 통제에 순응하는 모범생적 기질에다가 선천적으로 운동및 반사신경이 약했던 탓에 그리 오락을 즐겨하는 편은 아니었다.그렇다고 해서 나의 인생과 전자오락과는 무관하다고 말할수는 결코 없다. 명절때에만 허락이 되던 사촌들과 함께 가서 멋모르고 동전을 퍼붓고 오던 갤러그나 초등학교 시절 반에서 젤 잘하는 친구랑 붙어서 버블버블 100판 가기 등등 그래도 그 시절을 풍미하던 오락들은 한번씩 해보기는 한 것 같다. 결정적으로 오락에 미쳤던 시절은 초등학교 4학년때. 대우에서 8비트 컴퓨터를 처음 시판하면서 팩을 꽂아서 하는 오락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가정에서 하는 오락이라고는 전자수첩처럼 생겨서 손에 쥐고서 소수의 칼라만이 구현되는 액정화면에 의지하는 킹콩이나 스크램블 뭐 이런 오락들이 고작이였는데 컴퓨터 스크린에다가 조이스틱을 겸비하여 싸운드까지 빵빵한 오락을 방안에서 즐길수 있다는 사실은 일대 혁명이였다. 그 컴퓨터를 구입하기까지 부모님을 설득하던 나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부끄러움과 죄송스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리지만 어쨌든 그덕에 나는 대학교 졸업할때까지 다시는 컴퓨터를 구입할 수 없었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학업의 중압감에 못이겨 점차 나는 오락에서 멀어져갔고, 16비트 컴퓨터가 나오고, 롤 플레잉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고 삼국지다 머다해서 밤을 꼴딱 새고 학교에서 자는 애들을 더럿 봤지만 한심한 애들이구만 하고 잘난척 하면서 고등학교까지 보냈던것 같다. 요즘처럼 인터넷과 컴퓨터가 발전한 시대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는건 참 불행하다. 그 모든 유혹을 어떻게 이긴다지. 나는 채팅이란게 존재한다는걸 처음 고2때 알았는데 말이다.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시작한건 작년 여름. 후배들이 놀러오면 룸메이트와 더불어 늘 스타를 한판씩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물끄러미 후배가 게임하는걸 바라보다가 내가 1주일만 하면 너보단 잘하겠다라고 말을 확 내뱉은것이 화근이었다. 물론 1주일만에 이길순 없었지만 1주일 치고는 너무 놀라운 실력으로 그 후배를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보스톤 지역 올해의 신인상에 오르는 (우리끼리 정한거지만) 쾌거를 이룩한 나의 비결은 이렇다. 일단 3가지 종족의 특성과 게임플레이를 꼼꼼히 검토한 후 내게 가장 맞는 종족을 골랐다. 프로토스. 맞붙을 후배의 종족이기도 했기에 한종족만 연구하면 된다는 잇점도 상당수 작용했다. 다음 단계는 이론 학습. 학력고사 세대들은 이론을 먼저 습득하지 않으면 영 맘이 찜찜하다. 테크트리와 단축키의 수형도를 그려놓고 암기하였다. 그 다음은 단축키 손에 익히기. 투게이트 빌드오더로 정한후 게임 시작부터 질럿이 각각 게이트에서 한마리씩 나올때까지의 과정을 반복 학습하였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선 숨은 조력자인 나의 룸메이트가 철저하게 나를 트레이닝하였는데 초시계를 쥐고서 저번판에 비해 얼마나 빨리 질럿이 나왔나를 체크하면서 '아이 형 쉬프트 미네랄이라니까 프루부가 놀잖아!' 라는 질책을 귀에 박히게 듣는 동안 점점 실수가 줄어들어갔다. 한 3일쯤 지나고 나니 어느정도 키보드와 마우스가 손에 붙기 시작했다. 그 다음은 전략학습. 프로들의 명게임을 인터넷으로 관람하면서 이런저런 전략과 작전들을 연구하였는데 솔직히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초짜에겐 게임을 이해하는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이였지만 평소에 게임을 하는것을 중계까지 해? 라고 가볍게 생각했던 나를 가장 즐겨보는 티비 채널이 게임채널인 수준까지 이르게 한 동기가 되었다. (다큐 채널들아 미안해..흑흑) 이윽고 일주일후 대전을 치뤘는데 물론 결과는 패. 하지만 그 후배는 한판을 끝내고 나더니 다신 나랑 게임을 안한다며 도망쳐버렸다.(뒤지지 않는 물량에 놀란것이지요) 패인은 컨트롤 부족. 이것만은 1주일내에 결코 해결할수 없는 장기적 노력과 경험으로 우러나오는 것으로써 그 이후로도 결국 극복하지 못하였다. 현시점 나는 가끔씩 아는 사람들과 팀플을 할때 민폐를 끼치지 않는 정도의 수준으로 만족하며 플레이보다는 관람을 즐겨하는 팬이 되었다. 좋아하는 선수는 박정석과 홍진호. 테란 유져인 룸메이트는 임요환 선수의 극성팬인데 작년 어떤 게임 채널에서 열린 대전에서 박정석과 임요환이 결승전을 치뤘었는데 플토유져인 나는 자연스럽게 룸메이트와 대결하여 박정석 선수를 응원하였다. 박정석이 임요환을 대파한 그 경기후 룸메이트는 한달간 스타를 접고서 플토로의 전향을 심각하게 고려했었다. 홍진호 선수는 뭐랄까 노련미가 느껴진다. 오랫동안 꾸준히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왠지 잘난척을 한다던지 쇼맨쉽을 위한 게임이 아니라 성실한 게이머의 이미지와 경기 운영이 마음에 들어대파한서이다. 아마도 스타크래프트는 90년대초반을 기준점으로 당구를 대체하는 문화로 자리 잡은것이 아닌가 싶다. 요즘 대학생들도 당구를 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술자리 이후 2차로 게임을 즐기는 학생들이 많다고 들었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당연히 문화도 바뀌어 가는것이겠지만 요즘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가끔 썰렁하고 아저씨들만 몇몇 있는 당구장을 지나칠때면 뭔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