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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l 2003.11.17
남아프리카로 간 사나이

누구나 한번쯤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버리고 싶은 도피 충동이 있다.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곳에 나를 내던져 놓고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주고 싶은 욕망.

지구를 한바퀴 돌다 보면 어느 한구석쯤엔 내가 어울릴 장소와 반겨줄 사람들이 있을 것만 같은 기대.

한 2년쯤 전인가 한 아는 선배가 돌연 자취를 감추었다. 남아프리카로 떠난다는 것 외엔 왜 갔는지 언제 돌아올 건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 그 누구와도 편지와 전화는 물론이거니와 이메일을 보내도 읽었는지 조차 알 수 없다. 일단 떠나버린 이상 돌아올 때까진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티비에서 우연히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흑인이 대통령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소수의 백인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나라. 빼어난 자연경관에도 불구하고 높은 실업률과 범죄율로 인해 관광조차도 선뜻 맘먹기 힘들 것 같게 만드는 화면을 보고 있노라니 불현듯 그 선배가 떠올랐다.

무엇이 그를 홀연히 사라지게 만들었을까. 익숙한 것을 버리고 싶었던 것일까 새로운 것을 찾고 싶었던 것일까. 지금쯤 그는 지구 반대편 남쪽 끝에서 미칠 것 같은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을까 아니면 극도에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을까. 2년 전까지 내가 알던 한국의 선배 그대로일까 아니면 남국에 어울리는 또 다른 인물로서 생경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요즘처럼 답답한 일상이 자근자근 나를 죄어 올 때면 나는 남아프리카로 사라진 그 선배를 생각하곤 한다. 떠날 수 있었던 자의 용기와 버티고 있는 자의 인내를 저울질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