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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l 2004.05.10
일본 여행기 #1 ' NARITA AIRPORT'


Narita Airport "아리가토 고자이마스! 사요나라!" 너무도 친절하게 유독 나를 향해서 건네는 국내 항공 승무원의 어색한 일본어 인사를 뒤로 한 채 서둘러 비행기 탑승구를 빠져 나왔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사이로 느껴지는 공항 특유의 냄새. 공항에서 풍기는 특유의 사무적이고 건조한 냄새는 긴 여행으로 피로한 몸과 마음이 갑자기 맞이할 생경한 '이국적 현실감'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무겁고 몽롱한 몸을 이끌고 바쁜 걸음으로 입국 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는 동안, 연신 공항내 안내 스피커에선 알아들을 수 없는 안내방송이 자동 응답기처럼 되풀이 되고, 끊임없는 일방통로의 사람들 물결을 따라가다 보면 비행기에서 잃어버린 (혹은 저절로 얻어진) 묘연한 시간의 공백으로부터 몸과 마음이 서서히 잠을 깨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리타공항의 공기 속엔 왠지 미소시루의 냄새가 깃들여져있다고 느끼는 건 단순히 선입견에서 비롯된 연상 작용에 불과한걸까? 도심까지는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이용하기로 한다. '안녕하셔요'와 '감사합니다'를 제외하고는 말할 수도, 읽을 수도 없는 제3국 언어의 도시에 홀로 뚝 떨어지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곳일수록 오히려 의사소통이 수월해지기도 한다. 가장 절제된 언어로 완벽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나 할까. 예컨대 나리타공항에서 신주꾸역 까지 가는 고속철도의 표를 사고 싶다고 하자. "신주꾸!" 그냥 딱 한마디면 된다. 나의 이 농밀하게 압축된 한마디에 역원은 친절하게 웃으며 역시 단 두 마디로 내가 원하는 모든 정보를 되돌려 주었다. "투 떨틴(2:13) 플랫폼 넘버 원" 이렇게 대답하면서 손가락으로는 열차표 값이 찍혀있는 LCD 모니터를 가리킨다. '3,110yen'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주는 첫인상은 깔끔하다는 것이다. 선명한 포스터 칼라로 그림을 그려놓고 맑은 물을 한번 끼얹어 놓은 느낌이다. 심지어 베란다의 널린 빨래조차도 너무나 질서 정연하게 마치 데코레이터의 작품마냥 줄지어 하늘거리고 있다. 한 10분정도 들여다보고 있으니 좀 재미가 없어져서, 음악을 듣기로 한다. 몇몇의 미국 팝을 듣다가 역시 일본에선 일본 음악이 제격이지 하는 심정에 사카모토의 Ultimate Film Album 을 무작위로 틀어본다. 놀랍게도 창밖의 풍경이 생명력을 갖기 시작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밤이 되자 귀신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듯, 똑같이 펼쳐지는 집들과 나무들에게서 무언지 모를 색이 입혀지면서 수많은 이야깃거리들이 뭉글 뭉글 꼬리를 물기 시작한다. 음악이 점점 현대음악 성향의 곡으로 넘어갈 때 마다 풍경은 음산하기도 했다가 처연하도록 슬퍼지기도 한다. 갑자기 몇 달 전 본 일본의 공포영화가 문득 떠올라 음악을 끈다. 뒤로 가는 기차는 아무래도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