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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l 2004.05.12
일본 여행기 3# 'Second day in Tokyo'


아침에 일어나 호텔 숙박비에 포함된 '조식'을 먹고 짐을 싸서 나온다. 비가 부슬 부슬 내린다. 어제 서울에선 비가 왔다더니 비구름이 하룻밤사이에 흘러 왔나보다. 가방을 가볍게 하려다 보니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우리로선 그냥 걸을 수밖에. 터벅터벅 조금씩 젖어가다가 길가에 스타벅스에 퐁당 들어간다. 핫초컬릿을 한잔씩 시켜놓고 창학형과의 약속시간까지 '아무 짓도 안하고 앉아 있기'를 해보기로 한다. 다행이도 야외 테이블이 앉을만하다. 그럭저럭 비를 피해서 아이팟과 노트, 책등을 널어놓고 주노와 나란히 길가를 향해 앉아 있는다. 서로 아이팟을 바꿔 듣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 괜히 뚫어지게 쳐다보고, 이것저것 끄적이기도 한다. 꽤 시간이 잘 간다. 심심하지도 않고. 주노는 이런 거 같이 하기에 딱 적당한 친구다. 전혀 심심해하지도 보채지도 않는다. 2시간쯤 빈둥거리다가 시간이 되어 신주꾸역으로 향한다. 어제 헤매던 딱 그 장소에서 창학형을 만났다. 역시 단번에 만나지지는 않는다. 좀더 극적인 반가움을 주기위해 그런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교회를 갔다 오는 길이라는 창학형은 딱 스포츠센터에서 갓 나온 차림으로 손을 흔들며 등장하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스포티한 그 옷차림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아주 적당한 이유들이 있었다.) 점심은 일본식 함박스테이크. 맛있는 집을 가고 싶다고 하니, “음 지금 맛있는 집에 가면 줄을 매우 서야 할 텐데...” 하고 고민을 하신다. 그 말에 겁먹고(줄 서는건 딱 질색이다.) “아무데나 가지요” 하면서 쑥 들어간 음식점이였는데, 밥을 다 먹고 나올 때 골목까지 줄이 쫙 서있는걸 보고 매우 뿌듯했다. (맛난 집을 우연히 잘 찾았다는 안도감과, 나는 줄안서고 먹었지롱에서 오는 우월감의 복합감정이라고나 할까.) 지글지글 쏘스가 끓는 철판위의 스테이크가 나오는데 옷에 튀지 말라고 철판 접시 주위로 종이를 둘러싸져서 나오는 게 인상적이었다. 반찬만 좀 곁들여 준다면 금상첨화이련만. 밥을 먹은 후 의례 그러하듯 커피를 마시러 갔다. 저기 어때요 여기 어때요? 하고 예쁘게 생긴 커피 숍들을 마구 골라보았지만 결국 그의 손에 이끌려 간곳은 분위기가 매우 묘한 소위 말해 ‘일본식 다방’이였다. 바둑 두는 기원을 연상시키는 구조의 초록색 4인용 테이블과 의자가 정렬되어 있고 여종업원들이 명찰을 단 유니폼을 입고 있는데 지나치게 친절하다. 갑자기 60년대로 역행하는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의외로 꽤 맘에 들었다. 일단 조용하고 점잖은데다가 음악이 시끄럽지 않다.(지금 생각해보니 음악이 있었나도 싶다.) 왠지 커피에 계란 노른자를 띄워줄것 같아서 나와 주노는 메론 소다를 시켰다. 초록색 메론맛 소다에 하얀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동동 띄워져 나왔다. 일본까지 가서 그게 무슨 짓이야 라고 말하면 할말 없지만 우리는 이 다방에서 장장 5시간을 죽치고 있다가 배가 고플때쯤에서야 자리를 떴다. 해외에 나갔다고 반드시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닐 필요는 없다. 그러고 돌아다녀 봐야 남는건 지명 이름과 사진 몇장 뿐이다. 다음은 라면집. 내가 꼭 맛있는 라면을 먹고 싶다고 우겼더니 창학형 학교 근처의 맛난 곳으로 데리고 가 주었다. 동시에 9명 정도까지 가까스로 소화할 수 있어 보이는 작은 라면집이였는데, 역시나 너덧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그 광경 자체로도 일단 마음이 놓였지만, 일본 라면을 전혀 먹지 못했던 창학형이 이집 라면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게 되셨다 하니 그 맛은 굳이 표현할 필요가 없겠다. 영화 '탐포포'를 떠올리며 이 국물이 있기까지 그 거룩한 과정들이 이 집에서도? 라고 생각하니, 국물 한 방울을 남기는 게 왠지 죄스럽게 느껴진다. 특이한건 라면 육수를 끓이는 양철 드럼통에 끊임없이 수도꼭지의 물을 졸졸졸 틀어놓는다는 것이다. 끓어서 날아가는 수증기와 손님들에게 부어줄 때 줄어드는 육수의 양을 넘치지 않게 계속 보충하고 있는 셈인데 그 정확한 계산은 연륜 에서 나오는 것일까? 수북이 얹어진 숙주나물과 죽순 그리고 추가로 시킨 돼지고기를 잘 섞어서 먹고 있노라니 라면은 인스턴트식품이라는 고정관념이 머쓱하게 느껴진다. 이런 라면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먹고 싶어서 인스턴트화 시킨 것인지 아니면 보다 생생하고 깊이 있는 라면을 맛보기위해 직접 조리해서 파는 시스템이 도입된 건지 쓸데없이 궁금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