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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l 2004.10.08
유럽 여행기 #7 '지중해의 휴양지 마르베야'


버스 여행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덜덜거리는 털털 버스이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지만, 우등고속이나 미국의 그레이하운드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는 현대식 버스였다. (하루키의 멕시코나 그리스의 시골 여행기를 읽고서 괜히 스페인도 그럴것이다라고 지레 짐작한 탓이다.) 굳이 흠을 잡자면 차내에 화장실이 없다는 점이었는데, 화장실이 있으면 뒷좌석에 앉았을 경우 악취 때문에 고생을 하긴 한다. 그러나 이렇게 외진 곳을 여행할 때에는 그래도 편의시설은 다 갖춘 것이 유리하다. 예를 들어 버스가 잠깐 휴게실에 정차할 때, 운전기사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뭐라고 휙 외치고 나간 것을 그냥 내 임의대로 ‘5분간 정차합니다.’ 로 이해해 버리고, 동생과 함께 짐을 다 놔둔 채 버스에서 내려, 화장실을 찾아서 볼일을 보고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그 불안하고 가슴 떨리는 서스펜스는 스릴 넘치긴 하지만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일단 기차에 비해 가격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싼데다가, 지방 도시 곳곳까지 거미줄처럼 뻗쳐있는 노선 망을 생각하면, 충분히 선호할 만한 교통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유치하고 경박한 라디오의 음악만 줄여주면 말이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호텔까지는 망설임 없이 택시를 타기로 한다. 호텔의 위치가 어차피 시내가 아니라서 택시를 타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충고를 이미 들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차가 달리기 시작하자마자 곧장 고속도로로 빠진다. 약 5분쯤 달려 다시 로컬 로드로 진입하자 이번엔 산등성이 언덕 경사로 올라간다. 별 다섯 개 호텔이라고 강조했던 그라나다 여행사 아저씨의 말을 그런가보다 하고 별 기대 없이 듣고 넘겼었는데, 주위 경관들이나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는 리조트, 호텔들의 모양새가 예사롭지가 않다. 마르베야는 유럽의 부호들이 찾아와 몇 달씩 머무르며 휴양하는 도시라고 얘기는 들었지만,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동네가 고급이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바로 당일날 예약했음에도 불구하고 호텔비가 꽤 괜찮은 편이다.) 10분쯤 언덕을 계속 꼬불꼬불 올라가다보니 리조트와 호텔 외에도 개인 소유의 별장으로 보이는 예쁘고 아담한 주택들이 바다 쪽을 향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이윽고 도착한 'In Co Sol' 호텔 역시, 별 5개의 위용을 자랑하며 호화로운 자태로 우릴 반겨주었다. 사실 바르셀로나에서 묶었던 그냥 일반적인 비즈니스호텔과 가격 차이가 거의 안 나서 무늬만 특급 호텔일줄 알았는데, 시설과 경관 모두 감동적이다. 3개의 야외 수영장과 실내 수영장, 거품 마사지가 있는 스파 스위밍풀, 그리고 싸우나 시설 등등은 마치 동남아시아의 고급 리조트를 방불케 하며, 심지어 언덕 아래로 멀리 바닷가가 보이는 베란다에선 무선 인터넷까지 잡힌다. 과학 문명의 발전은 정말 놀랍다. 아프리카 대륙을 마주한 스페인의 남단 한 작은 휴양도시에서 12인치의 작은 모니터를 통해 전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다니 말이다. 바르셀로나에서의 터프한 스케줄에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우리는 행여 해가 질까, 서둘러 야외 수영장에 나가 몸을 뉘였다. 지중해의 햇살이란 것이 이런 것이군. 하며 모처럼의 ‘사치’를 즐기고 있으려니 졸음이 살살 밀려온다. 이미 5시가 지난 시각, 한참 때의 태양은 아니라서 그런지 사람은 얼마 없다. 여기서 한달 쯤 머물면서 태닝을 한 듯 보이는 중년 부부 한 쌍과, 아저씨들 네댓 명, 그리고 우리가 전부이다. 모두들 광합성으로 살아가는 식물인 양, 지는 햇살 하나라도 더 받으려 하늘 향해 누워있다. 해는 뜨거운데 바람은 시원하다. 공기에 습기가 전혀 없다. 이게 말만 들어본 지중해성 기후의 대표적인 전형이 아닌가 싶다. 참고로 마르베야는 스페인의 남쪽에 위치한 도시로서 해안선을 따라 이 주변 일대를 Costa del Sol (태양의 해변)이라 부른다. 안달루시아는 ‘경상남도’ 같은 주의 이름이고 코스타 델 솔은 ‘한려수도’같은 표현이며 마르베야는 그 한려수도 안의 ‘충무’ 같은 도시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겠다. 스페인의 남쪽이라 하면 그 위치에 대한 감이 쉽게 오지 않았는데, 바다를 건너 한 시간만 가면 아프리카 대륙의 북단이라고 하니, 이 작열하는 태양이 충분히 수긍이 가고 남는다. 실제로 여기선 지브롤터 해협이 가깝고 거기서 튀니지에 가서 놀다오는 하루 코스의 관광 상품도 있다고 하는데, 시간이 모자란 관계로 아쉽게도 포기해야만 했다. 날씨가 너무 정열적이면서 달콤하다 보니, 한 한달쯤 콘도를 빌려서 머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1주일만 지나면 좀이 쑤실지도 모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