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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l 2004.10.16
유럽 여행기#9 '뜨거운 플라멩코의 도시 Svilla'


마르베야(Marbella)에서 세비야(Sevilla)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오직 3편이 있다. 오전 9시와 오후 4시 그리고 밤 12시. 아마도 국제선 비행기처럼 같은 버스가 세비야까지 갔다가 다시 승객을 태우고 마르베야로 돌아와서 또 다시 출발하는 그런 시스템인가보다. 세비야까지 3시간 반 정도 소요되므로 얼추 계산해 보니 딱 맞는 추측이다. 이렇게 애매한 버스 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린 아침 9시 버스를 타야만 했다. 저녁 7시에 세비야에서 마드리드로 출발하는 AVE(고속열차)를 미리 끊어 놓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 호화로운 IN CO SOL 호텔의 따사로운 햇빛과 화려한 부대시설들은 모두 포기한 채 새벽같이 일어나, 식당이 문 열기를 기다려 후다닥 아침을 챙겨먹고, 행여라도 늦을까 노심초사하며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체크아웃이 12시이니까, 대충 2시정도까지 늦장 부린다고 치면 너댓시간은 충분히 노닥거릴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말이다. 계획된 여행은 때론 안전하고 편리하지만, 이처럼 스케줄을 한정지어버리는 단점도 있다. 하루에 3편밖에 없는지라 버스는 만원, 아무래도 기차보단 불편한 좌석 때문에 조는 둥 마는 둥 3시간 반을 달려서 세비야에 도착했다. 버스 안에서 가이드북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나름 ‘아, 버스정류장에서 다운타운이 가까우니까 짐을 락커에 넣어 놓고 구경하다가 기차역으로 가면 되겠군’ 하고 계획을 짰으나, 열악한 세비야의 버스정류장엔 락커는 커녕 인포메이션 센터도 없는지라 그냥 택시를 잡아타고 Santa Justa역으로 갔다. 버스 정류장과는 달리 기차역은 매우 현대식으로 그 위용을 자랑했다. 웬만한 도시의 공항을 방불케 하는, 되려 바르셀로나의 Sants역보다도 훨씬 더 현대식 시설이었다. 짐을 락커에 넣어 놓은 후, 다시 택시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세비야는 뭐랄까 좀 어중간한 도시이다. 미하스에서 너무나도 이국적이고 아기자기한 맛을 봐서 그런지, 완전히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대적으로 발전한 것도 아닌 그 어설프게 믹스된 형태가 별로 마음에 안 들었다. 92년도에 Expo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현대식 건물과 옛건물들이 서로 언밸런스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우리 남매 취향에는 전혀 안 맞는 도시였다. (스페인 여행 중 세비아가 가장 좋았다는 사람도 봤기 때문에 이는 정말 주관적인 우리 남매의 생각일 것이다.) 옛날 이슬람이 통치했을 때의 문화의 잔재가 남아있어서, 아마도 그것이 이 도시의 큰 매력포인트중 하나일 텐데, 차라리 그럴꺼면 터키를 가겠소라는 생각이 드는 건 36도를 넘나드는 살이 데일 듯한 더위에 짜증이 난 탓이었을까? 정말 너무 너무 더워서, 건물과 건물사이의 좁은 골목엔 머리위로 높게 천막이 드리워져있다. 멋모르는 한국 배낭 여행객들이 여름에 스페인에 왔다가 일사병에 걸려 픽픽 쓰러져 나간다는 얘기가 괜한 것이 아닌 듯싶다. 9월인데도 이정도이니 말이다. 한국처럼 습기가 많은 그런 끈적끈적한 더위는 아닌데 그래서 더더욱 무서운 것 같다. 체감하지 못하고 나돌아 다니게 된다. 관광 명소가 집중되어 있는 구시가지엔 관광객들을 태우는 마차들이 곳곳에 대기하고 있어서 거리엔 말똥냄새가 진동을 한다. 노란색 마차가 매우 귀엽다. 그리고 뭔가 사연이 있을법한데 거리에 나무들이 80%이상이 다 오렌지 나무이다. (그 사연은 끝내 알아 낼 순 없었다.) 시내 한가운데에서 발견한 스타벅스 커피점이 어찌나 반갑던지. 유럽에서 마시는 커피는 정말 너무 너무 맛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선 아이스커피라는 것은 별로 존재하지 않아 보인다. 있다 하더라도 꼭 얼음을 같이 넣어달라고 설명을 마구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미지근한 것이 나온다.) 심지어 콜라 같은 음료수에 얼음을 같이 넣어주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 따라서 이렇게 익숙한 프렌차이즈드 커피점이나 음식점이 눈에 뜨이게 되면 일단은 반가운 게 사실이다. 내가 기대하고 있는 그것과 동일한 맛과 메뉴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의 안심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스의 파리에서 처음 스타벅스가 생길 때 모든 프랑스 사람들이 욕을 하며 보이콧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눈으로 확인한 결과, 엄청난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심지어 지점도 늘려가고 있다고 한다. 같이 흥분하며 반대했던 동생조차 이렇게 얘기한다. “그럼 이 여름에 파리 어느 카페에서 카라멜 프라프치노를 마시겠어?” 원래 세비야는 플라멩코의 근원지로 유명한 도시이다. 몇 년 전 스페인을 다녀온 한 후배의 충고로 (오히려 대도시의 공연이 더 낫다는) 플라멩코 공연은 미리 바르셀로나에서 보았었는데, 마침 세비야에서 플라멩코 비엔날레가 열리는 줄 알았다면 좀 넉넉한 스케줄로 올걸 그랬다는 후회를 했다. 원래 그렇게 딱 맞아 떨어지는 여행은 쉽지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