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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l 2004.10.23
유럽 여행기#10 '정감어린 항구 도시 리스본'


도시마다 첫인상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차로 여행을 다니면 아무래도 비행기를 타는 것 보다는 그 나라, 혹은 도시에 대해서 훨씬 정감어리고 강렬한 첫 인상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어느 나라이든 공항은 대게 도시 외곽에 자리 잡아 있기 마련이므로, 내리자마자 도시의 중심 모습을 짠 하고 볼 수 있는 기차역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제대로 된 도시의 느낌을 갖기에는 시간이 좀 걸리게 마련이다. (게다가 어김없이 교통체증이 꼭 기다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리스본의 기차역은 완벽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다. 역에서 나와서 택시를 잡는데 앞면에 펼쳐진 아기자기한 바다와 오밀조밀하게 낡은 건물들이 빼곡한 뒤편 언덕에서 주는 느낌이, 매우 정감어리고 소박해 보인다. 책이나 티비를 통해 접했던 이태리의 나폴리쯤 되는 항구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리스본의 항구는 그다지 접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티비 만화 영화 '엄마 찾아 삼만 리'가 문득 떠오른 건 비단 나뿐 만은 아니었다. 지현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해 주었으니 말이다. 번지르하고 삐꺼번쩍하진 않아도, 낭만적이면서 유서 깊은 한나라의 수도로서의 기품은 충분하게 느껴지는 그런 이미지였다. 어쨌든 요는 우리 마음에 첫눈에 들었다는 것이고, 3일 동안 다니면서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이 나라의 택시들은 아이보리색 벤츠였다. 원래 이 색이였다기 보단 오랫동안 시간을 먹어서 예쁘게 변한 아이보리색이다. 파리의 택시처럼 아주 신형의 매끈하고 번쩍거리는 메르세데스는 아니고, 약간 구모델이지만 그래도 택시가 벤츠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시비는 스페인 수준이라는 것(파리의 3분의 1정도. 파리에선 공항에서 시내까지 대략 7만원에서 10만원정도는 각오해야 한다.)은 매우 인상적이다. 함부로 타기엔 머뭇거려지지만 그렇다고 미터기를 바라보며 눈물을 곱씹을 필요는 없는 정도라고 할까? 지중해 도시 특유의 활기와 소박함을 가득 담은 거리들을 지나 우리를 내려준 곳은 중심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중심 시가지 내에 위치해 있다고 말해도 되겠다.) 호텔은 평소 친분이 있는 첼리스트 유홍이가 추천해 준 곳이었는데, 정갈하고 품위 있는 호텔이라고 귀뜸해주어 한국에서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 놓았었다. 규모는 일반 유명 브랜드 호텔처럼 크지 않고 매우 아담하지만 역사가 꽤 깊은 것 같은, 뭐랄까 대대로 안주인의 손길이 성실하고 깔끔하게 베어서 구석구석 빛이 나는 그런 느낌이다. 나는 여행 할 때 음식과 숙박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인데, 마음에 드는 편안한 곳에서 푹 자고 일어나면 하루 종일 기분 좋게 여행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친구들 집에서 얹혀 있는 것을 제일 좋아하긴 하지만 말이다.) 침대차를 타고 아침 일찍 도착한 관계로 체크인을 하기까지 약간 시간이 남아서, 호텔에서 받은 관광 가이드 지도와 약간의 자료를 가지고 계획을 짜보기로 한다. 리스본에선 관광객들을 위해 Lisboa Card라는 것을 판매하는데, 하루, 이틀, 그리고 사흘용의 종합 교통 패스이다. 버스와 트램은 물론 지하철까지 기간 내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각종 박물관과 부대시설을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우린 24유로씩을 내고 two days pass를 구입했는데, 과연 이 가격만큼을 뽑아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버스나 트램을 탈 때마다 잔돈을 준비해서 표를 사고 그러는 번거로움이 없어서 매우 편리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할인혜택을 주는 명소들에 대한 설명과 교통편 안내가 적혀있는 책자를 같이 나눠주는데, 스페인 편에 보너스처럼 껴서 달랑 몇 장의 안내만 들어있는 한국어 가이드북에 의존해 관광을 하기엔 무리가 있었으므로 3일 내내 매우 유용한 안내 책자가 되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