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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l 2005.05.16
홍콩 여행기 #9 '홍콩의 요리 4'


그것은 비둘기 튀김 요리였다. 일단 그것이 비둘기이던 참새이던 병아리이던 그 종(種)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마치 화산재에 급속하게 미이라가 되어버린 폼페이의 그것처럼 마치 날아갈 듯 짹짹거리는 그 형상 그대로 접시에 담겨 있는 여러 마리의 그 형상, 그것이 나와 후배를 경악하게 했다. 부리는 쩍 벌린 채로 눈을 부릅뜨고 나를 빤히 노려보고 있는 비둘기. 모름지기 생선요리가 아닌 다음에야 요리를 접시에 담아올때는 머리는 미리 떼어주는 것이 예의가 아니더냔 말이다. 너무 놀란 나머지 후배의 얼굴을 슬쩍 바라보니 정말 뭐 씹은 마냥 침통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일행들은 마치 늘상 나오던 음식이 나왔다는 양 너무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고 있다. 후배가 슬쩍 Alex의 여자친구인 Ivy에게 비둘기 요리를 가리키며 묻는다. "Do you like this?" Ivy는 슬쩍 접시를 보더니 “hm...Kinda like it." 이러더니 다시 Alex와 하던 얘기를 중국말로 나눈다. 다시 우울해진 후배. 나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어이없음과 기가 막힘을 넘어서 이 상황이 매우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갑자기 Wille가 여러 마리의 비둘기중 하나를 골라 갑자기 머리를 톡 떼어내고서 양손으로 부리와 커팅된 목 부분을 잡더니 “Actually, I like this head part best. I feel it makes me much smarter!" 이렇게 말하곤 와삭 씹어 삼켜버리는게 아닌가. 나는 차마 그 먹는 광경을 볼 수가 없어 눈을 내리깔았는데 잠시후 확인해 본 결과 그의 접시엔 아무런 잔해가 남아 있지 않았다. 후배는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윌리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예의상 그래도 한 조각은 먹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일단 몸통을 하나 내 접시에 옮겨왔다. 한입 먹어보니 좀더 쫄깃하지만 부드러운 닭고기 맛이다. 처음부터 몸통만 나왔더라도 맛나게 먹었을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이미 늦었다. 애처롭게 짹짹거리는 비둘기의 머리들이 고개를 조금만 들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윽고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한 후배. 차마 대놓고 말은 못하고, 입가에 인조인간 웃음을 어색하게 머금은 채 한국말로 욕을 시작한다. 젓가락으론 괜히 죄 없는 차이니스 베지터블을 두드리면서 “내가 사골국물 나올 때부터 알아봤어 형. 내가 그렇게 오늘 저녁을 기대한다고 얘기했건만, 아니...비둘기 대가리 먹고 똑똑해지면 닭날개 먹으면 나냐고...” 언어의 뉘앙스란 사실 이해를 못해도 다 알아듣게 마련이라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과 다른 친구들이 알아챌까 조바심 속에서 어떻게 대꾸할지 모른 채 당황하고 있는데 후배는 그 사이사이에 영어로 “It's good, ..good”이러면서 친구들을 어색하게 달래고 있다. 어찌 어찌해서 그렇게 넘어가고 식사가 끝났다. Wille가 화장실을 간 틈에 후배가 조용히 웨이터를 부르더니 몸통 하나와 머리 5개만 남은 비둘기 요리 접시를 치워달라고 얘기한다. 웨이터가 알았다고 대답하면서 접시를 들고 나가는데 Ivy가 다시 불러 세워서 또 뭐라고 조용히 중국말로 속삭인다. 몇 분 뒤 ……. 웨이터가 무심한 얼굴로 조그만 접시를 후배 앞에 떡 내려놓고 간다. 그 접시엔 비둘기의 머리들만 모아서 옹기종기 담겨져 있었다. Ivy가 작은 접시에 음식을 옮겨 담아 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일그러진 후배의 얼굴. 결국 참지 못한 후배는 남은 차이니스 베지터블을 가져다가 비둘기의 얼굴에 몽땅 덮어버리고 말았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후배는 이렇게 말했다. “형 난 이제 더 이상 홍콩에 미련이 없어.” 아마도 그는 평생 동안 홍콩이란 단어에 비둘기 머리를 연관짓지 않고 살수는 없을 것 같다. Photo by YUL, IXUS 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