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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l 2005.06.11
일본 여행기 #1 'HIRO'


나리타공항에는 히로가 마중을 나와 주었다. 공항에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기분 좋은 일이다. 낯선 외국을 방문할 때는 물론이고, 심지어 한국으로 돌아올 때도 그렇다. 특히나 일본의 나리타공항에서 누군가가 자가용으로 픽업을 나온다는 사실은 매우 드문 일이다. 워낙에 도쿄까지 교통체증이 심한데다가 톨게이트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가용이 있는 사람들도 누구나 Narita Express나 Skiliner같은 고속 전철을 이용한다. (물론 이 또한 가격이 만만치는 않다.) 히로가 직접 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온 이유는, 물론 나의 첫방문을 몸소 맞아주고 싶은 친절한 마음이 우선이겠지만 그가 사는 곳이 도쿄가 아니라 치바(Chiba)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도쿄에 비해서는 공항에 가까운 편이고 나 혼자 그곳까지 찾아가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히로는 6년 전 보스톤에서 어학연수를 할 시절 같은 반 학생이었다. 회사에서 보내준 3개월 코스의 연수였는데 그중 반을 우리 집에서 룸메이트로 같이 지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내가 하숙을 친 셈이었는데, 운이 나쁘게 열악한 ‘홈스테이’를 만나서 고생하고 있는 히로에게 그냥 우리 집에 들어와 살라고 제의했던 것이다. (나는 장기 체류할 예정이었으므로 그때 이미 아파트를 구해 놓은 상태였다.) 한 달 반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는 함께 어학원을 다니면서 사이좋게 지냈다. 히로는 전형적인 회사원의 Early bird 생활패턴이 수십 년간 몸에 베인지라,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만드는 것은 그의 몫이었고, 학원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차리는 것은 나의 당담이었다. 함께 숙제를 하기도 하고 서로 부족한 영어로 진지하게 각자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에 대하여 토론하기도 하는 것은 나에겐 매우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히로는 매우 평범하고 소박한 친구이다. (사실 친구라고 하기엔 나이가 많다. 상옹과 동갑인 관계로 영어로 말할 때는 친구 같아서 몰랐는데, 일본어로 말할 때는 존댓말을 꼬박 꼬박 쓰게 되더라는…….) 그렇지만 그의 라이프스타일이나 가치관은 조금 남다르다. 37의 나이에도 아직 독신으로 살며, 대학교 졸업 후 지금까지 죽 같은 화학 회사에서 리서쳐로 일하고 있는데, 일년에 2,3번씩 휴가를 모아서 여행을 다닌다고 한다. 그가 택하는 여행지는 평범한 사람들의 그것과는 달리 범상치 않은데, 항상 확실한 이유가 있다. “일본에는 자유롭게 말을 타고 달릴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서 말이지…….” 라며 몽고를 다녀온 이유를 설명한다던지, 아이슬랜드가 배경인 영화를 보고 감명을 받아서 아이슬랜드에 다녀왔다던 지하는 식이다. 그 외에도 페루, 터키 호주의 사막, 인도네시아의 오지 등등을 일년에 한두 번씩 다니면서 늘 그는 기행문을 남긴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 또한 자신을 위한 기록이라던 지 출판의 목적은 더더욱 아니며 블로그에 올려서 남에게 읽혀지는 것조차도 바라지도 않는, 오직 그때그때마다의 한 사람을 위해서 쓰는 편지 같은 것이라 한다. 그래서 그 기행문을 받은 사람이 간직하고 있지 않다면 영원히 소멸되어 버릴 수밖에 없는 글들을 정성들여 쓰는 것이다. 컴퓨터에 저장해놓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다 손으로 직접 써서 말이지…….”라며 겸연쩍게 웃는다. 셔츠를 바지 속에 넣고 핸드폰을 허리춤에 차고 다니는 그의 소박한 외모의 내면에는 결코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진지하고 독특한 그만의 가치관이 존재하고 있다. 나는 그런 히로가 매우 멋지다고 생각한다. 6년 전에 보스톤의 로간 공항에서 그를 배웅해 줄 때 어쩌면 세상 사람들이 다들 그러하듯이 이것이 마지막일수도 있으려니 했었더랬다. 하지만 그 후로도 우리는 띄엄띄엄 연락을 주고받았고 2년 전쯤 히로가 보스톤에 잠깐 방문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나리타공항에서 그가 반갑게 나를 맞아주고 있는 것이다. Photo by YUL, Leica Digilux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