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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l 2005.06.13
일본 여행기 #3 '장어 덮밥'


나온 지 3년 만에 단종되어버렸다는 히로의 까만색 토요타 지프를 타고 나리타공항을 빠져나왔다. 그러고 보니 차를 타고서 공항을 나온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왠지 내가 운전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불안한 기분이 계속 드는 왼쪽 앞좌석에 앉아서 한번도 맘 편하게 지긋이 감상해본적이 없는 것 같은 왼쪽 창밖의 풍경을 즐긴다. 날씨가 너무도 화창하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잠을 거의 못자고 왔더니 미국이나 유럽에 간 것 마냥 일종의 Jet lag현상이 느껴진다. 정신은 몽롱하고 해가 쨍쨍하며 하늘은 파란……. 그래서 기분 좋게 어지러운 기분. 30여분쯤 달려서 도착한 곳은, 나리타 신사(成田山新勝寺). 일본에 왔으니 뭔가 가장 일본적인 것을 먼저 경험하고 싶은 나의 마음을 히로가 잘 읽었나보다. 게다가 공항에서 가깝고 차를 타고 오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발길을 잡기 힘든 곳이기도 하니 매우 사려 깊은 선택이다. 토요일인데다가 날씨가 화창하니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나로선 이름조차 생경한 장소이지만 이 곳의 풍경은 꽤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마냥, 관광지가 갖추어야 할 요소들을 모두 갖춘 매우 활기찬 곳이다. 신사지(新勝寺) 뒷편에는 먹자골목처럼 각종 음식점과 일본의 전통 과자점 기념품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는 큰 골목이 있는데, 한국이나 일본이나 매 한가지로 주인아주머니들이 끊임없이 적극적으로 유혹한다. 나야 뭐 알아들을 재간이 없으니 그리 성가시진 않지만 막상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자고 결정을 보고 나니, 여기 저기 뻗치는 손길에 휙 몸을 맡긴다는 게 왠지 미덥지가 않다. (나는 원래 바닷가의 회시장이나 남대문 시장 같은 곳의 적극적 구매 호소 행위를 너무 싫어한다. 오히려 지긋이 앉아서 살 테면 사고 말라면 말아라는 식의 배짱 좋아 보이는 집에 더 맘이 간다. 강아지보다 고양이를 더 좋아하는 심리와 비슷한 건가?) 골목을 몇 번 오르락내리락 한 끝에 장어덮밥을 먹기로 결심한다. 나리타 지역의 장어가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꽤 많은 장어구이 혹은 덮밥집이 있었는데 길가에 아예 불판을 내어놓고 그 자리에서 수십 마리에 장어를 간장을 곱게 발라가며 구워대는 통에 이미 나의 눈과 코는 달짝지근하고 고소한 장어구이를 몇 접시 말끔히 해치운 듯 했다. 한국의 그것과 달리 정말 맛있다더라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굳이 칭찬을 하자면 조금 더 정성스레 그리고 조심스레 구워서 얹어 나온 듯한 인상을 받았다. 간장 소스의 맛이 좀더 장어의 살 속까지 깊이 베여있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역시 반찬을 전혀 주지 않는 일본식의 식사는 늘 심심하다. 아무리 세트메뉴를 시켜도 미소시루에 장아찌 몇 개가 같이 나오는 게 전부라서 한국식당에서의 푸짐한 밑반찬 및 상추, 풋고추 된장 마늘 등등이 너무나 그리웠다. 장어덮밥 그 자체도 자칫 잘못하다가 급한 마음에 장어를 먼저 싹 먹고 나면 하얀 쌀밥만 섭섭하게 남게 되니 매우 곤란하다. 그런 경우에는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시장기를 채우기 위해서라도 하얀 쌀밥을 묵묵히 입에 덜어 넣게 되기가 십상인 것이다. (그런 밥과 반찬의 조절을 위해 천천히 메인 반찬을 아껴먹다가 누군가가 왜 남겨? 하면서 쓱 집어가 버리는 낭패를 종종 경험하기도 하니까 ‘나는 열심히 이 식사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라는 아우라를 늘상 풍기는 게 매우 중요하다.) 맛나게 장어덮밥을 먹고 났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나리타 신사를 둘러보기로 한다. Contax T3, at 成田山新勝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