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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l 2005.06.13
일본 여행기 #5 '사와라(佐原)'


신쇼이지를 나와서 다시 차를 타고 찾아 간 곳은 사와라(佐原)라는 작은 마을이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지도를 만든 사람이라는 ‘이노 타다타까’의 고향으로 유명하다는데, 실제로 그의 생가를 개조한 박물관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그리 인상적이진 않았고(박물관 자체는 매우 생뚱맞다.), 그것보다는 이 마을자체가 너무 너무 예쁘고 아담하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50분의 1쯤으로 축소한 후 일본 시골의 정경으로 바꿔치기 하면 딱 이런 모습이 될 것 같다. 마을 사이로 흐르는 작은 강에는 조그마한 배들이 유유히 흘러가고, 강가에는 버드나무가 줄지어 느리워져 있으며 낡은 강둑에는 돌 틈 사이로 이름 모를 돌꽃들이 하얗게 이끼와 더불어 수를 놓고 있다. 시간이 60,70년대쯤에서 멎어버린 듯이 마을의 상점이나 집들은 예스런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낡은 이발소의 회전간판이나, 담뱃가게에 진열되어 있는 디스플레이, 항구도시에 어울릴 듯한 빨간색 낡은 우체통 등등 모두가 외국인인 나에게조차도 은근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추억의 그것들이다. 이 마을은 일본인들에게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그리 유명하지 않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관광지들이 흔히 그렇듯이 유치하게 되바라지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간혹 가족들이 사진을 찍거나 하는 광경을 볼 수는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마을에서 몇 십 년 동안 줄곧 그래왔던 것처럼 오늘도 자신의 하루를 보내고 있을 뿐이라는 식의 담담한 모습들이다. 개를 앞장세우고 자전거를 타고서 시장을 보러 가는 사람, 길가에서 바둑을 두고 있는 할아버지들, 그리고 아까부터 무슨 일인지 혼자 강둑아래에서 상념에 잠겨있는 안경 쓴 꼬마아이. 보트 정류장 앞에 조그만 야외 테이블 앞에서 자판기 냉커피를 마시면서 한가롭게 볕을 쐬고 있노라니 이곳에선 시간이 참 천천히 흐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조용하고 아담한 동화 같은 마을을 오게 되면 항상 그런 생각이 든다. 세상 밖에서 어떤 흉악한 일이 벌어진다고 할지라도 이런 아름다운 동네에선 늘상 편안하고 즐거운 하루하루가 계속 천천히 흘러갈 것만 같은. 그래서 이곳에서는 늘 착하고 예쁜 일들만 일어날것만 같은. 이런 곳에서 살아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을 또 하고야 만다. 늘 ‘한달만 있으면 지루해질 거야’라며 지레 겁을 먹고 한번도 시도해본적은 없지만 말이다. Contax T3, at 사와라(佐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