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icial website of KIM DONG RYUL

2011

  1. - Oct (1)
  2. - Sep (1)
  3. - Jan (1)

2006

  1. - Nov (1)
  2. - Oct (1)
  3. - Sep (83)

2001

  1. - Nov (1)
  2. - May (1)
  3. - Feb (2)
yul 2005.06.20
일본 여행기 #11 '료칸에서의 저녁식사'


료칸 2층에 마련되어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다. 료칸에 가는 경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곳에서 한 끼 이상은 꼭 저녁 식사를 하게 되는데, 물론 얼마나 좋은 료칸에 가느냐에 따라 그 질과 양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래도 정갈하게 준비되는 고유 일본식 저녁 식사를 맛보는 것이 료칸에 묵는 재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식당에 들어서자 우리의 테이블을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테이블 위에는 방 이름 (이곳의 방에는 201호, 105호와 같은 딱딱한 방 호수가 아닌 매화방, 국화방 뭐 이런 이름이 붙어있다.)이 쓰인 작은 푯말이 놓여져 있고, 모든 음식들이 아기자기한 그릇들에 담겨 예쁘게 진열되어 있다. 그날의 저녁 메뉴는 모두 같은 것으로 통일되어 있다. 사시미 세트(味のたたき)와 닭고기를 넣은 나베 요리(鶏肉の水炊き-냄비요리)가 메인 메뉴이다. 나는 찔끔찔끔 스프부터 나오다가 정작 메인 요리에 가서는 배가 불러 버리는 그런 ‘코스 요리’보다는, 한상 가득하게 한꺼번에 차려놓고 뭐 먹을까 행복하게 고민하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 일단 이렇게 화려하고 예쁜 아기자기한 그릇들로 테이블이 가득 찬, 즉 먼저 눈이 즐거운 식사를 선호한다. 뱃속으로 들어가면 말짱 다 똑같은 거라고 주장하는 실리주의자들이 비웃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정성스럽고 예쁘게 디스플레이 해놓은 음식들을 눈으로 즐기면서 지긋하게 풍기는 음식의 냄새를 맡고 있는 그 음미의 단계가 어쩌면 막상 우물우물 씹고 있는 실질적인 식사 행위보다 더 행복하지 않은가 싶단 얘기다. 설사, 막상 다 먹고 보니 먹잘 것이 없어 공허한 배신감이 들게 되더라도 음식을 바라보는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나의 주장을 굽힐 생각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하꼬네의 료칸에서의 이 저녁 식사는 매우 마음에 든다. 회를 뜨고 남은 작은 생선을 나무 꼬챙이로 꿰어서 둥글게 활모양으로 말아서 회와 함께 접시위에 놓은 거랄지, 각자의 일인용 작은 화로에 나베요리를 조금씩 끓여서 먹게 한다던지 하는 것들이 매우 귀여웠다. 3종류의 장아찌의 색깔이 분홍 초록 노랑이다. 히로나 쿄코가 하는 것처럼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젓가락으로 집어 꼭꼭 씹어 먹고 있으려니 시간이 제법 걸린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물요리엔 무조건 밥을 말아 담뿍담뿍 입에 넣고 우악스럽게 먹는 것이 할머니들이나 아주머니들에게 칭찬받을 일이겠지만 일본에서는 정말 찔끔 찔끔 먹는 것 같다. 여러 가지 음식을 입속에 넣고 섞어서 그 조합의 맛을 즐기는 게 우리나라의 스타일이라면 일본에선 야채 하나 두부 하나도 따로 따로 그 각자의 맛을 즐기는 쪽인 것 같다. 처음엔 신기하고 재밌기도 해서 그대로 따라 하다보니 어느새 이런 방식이 편해지기도 한다. 기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심한 일본 음식의 간과 더불어 느리게 먹는 이런 방식이 왠지 소화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은 생각조차 들기도 한다. Contax T3, at 하꼬네의 료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