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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l 2008.02.07
박사가 사랑한 수식


책을 다 읽고 나자, 그렇게 지긋지긋한 수학 정석을 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물론 한참 예전에 미련 없이 중고 책방에 넘겨서 이젠 첫 챕터가 집합이라는 것밖에는 기억할 수 없는 정석책. 기본적으로 수학을 좋아할 수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수학교육은 수학을 싫어지게 만드는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수학을 못한 건 아니었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나는 수학을 배웠다기 보다는 정답을 알아내는 법을 교육받았던 것 같다. 문제를 읽고 이게 어느 챕터에 해당하는 문제인가를 파악하고...아 이건 적분이구나. 그럼 적분챕터에 공식들을 떠올려보고...뭐 이런 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갔던 기억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한 친구가 누워서 정석을 소설책 보듯이 읽다가 도형문제를 함수로 풀어내는걸 보고서는 기겁한 적이 있었다. 그의 주관적 창의력을 내심 부러워하면서도 그저 하던 데로 열심히 공식을 외우며 나의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일류대 수학과에 진학하게 된 그 친구의 소식을 듣게 되고 나서 그럼 그렇지 그 녀석은 그런 놈이었군. 생각하고 말았던 기억이다. 그랬던 내가....그렇게 주입식 교육의 희생양으로서 이제는 아무 공식도 기억할 수 없는 그저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만 잘 해도 사는데 아무 문제 없던 내가 책을 읽는 내내 정석책이 그리워지다니. 반으로 접은 연습장의 반 페이지를 꼬박 채울 만큼 복잡한 증명을 거쳐 과연 이렇게 복잡한 소수점 5자리숫자가 답이란 말인 가하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에 정답지를 봤을 때 더도 덜도 아닌 딱 그 숫자가 버젓이 정답에 적혀있을때의 그 쾌감. 구석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실수와 계산착오의 위험한 구렁텅이를 무사히 무사히 지나서 잘도 한발 한발 디디고 정답에 이르렀다는 뿌듯함.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수학만큼이나 내 적성에 맞는 과목도 없었는데. 난 왜 그렇게 수학이 싫었을까. 수학은 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어서 싫어. 난 없는걸 만들어내는게 좋아 랄지. 미친 듯이 계산해서 답을 구했더니 0이 뭐니 0이. 랄지. 그땐 수학을 싫어 할 수 있는 이유가 산더미처럼 많았는데. 지긋지긋하다고만 생각했던 수학공부에도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리움이라는 게 생긴다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다. 아무리 지나치게 과거 지향적 성격을 타고났다고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