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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l 2008.12.10
2002 월드컵 이야기 #3

"승우야. 사실은 말야.... 고백할게 있어."

"뭔데 형?"

그의 눈빛이 갑자기 초롱초롱해진다.

"네가 믿어 줄진 모르겠는데..."

"나야 형 믿지. 내가 안 믿으면 누가 믿어."

나는 조금 뜸을 들이며 마치 죄를 고백하듯 말을 꺼냈다.

"사실... 내가 경기를 보면...그 게임은 다 져. 그런 징크스가 있어 나한테는..."

일순간 그의 얼굴이 확 굳었다.

"그게...정말이야?"

나는 그렇게 쉽게 확 믿어버리는 그가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 꾹 참고 얘기했다.

"그래서 내가 재미가 없는 거야, 스포츠가. 잘 하는 팀도 내가 보면 다 지는데 어떻게 재밌을 수가 있겠니? 물론 예외도 있긴 하지만..."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승우가 가로챈다.

"형."

"...어?"

"형은 그냥 공부해. 그게 낫겠어."

"어?"

"우리 집에 위성티비가 안 나온다는 사실이 이렇게 다행스러울 수가 없다. 알았으니까 형은 그냥 자. 알았지?"

"어...어...그래."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나에게 당부하더니 내게 선물한다던 '영원한 리베로'를 다시 집어 들고 자기 방으로 휙 들어가 버렸다.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줄이야.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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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학기의 버클리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다. 축구보다는 풋볼이 대세인 미국에서는 월드컵이란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인 게임인 것 같았다. 특히나 시차가 반대인 지구 건너편에서 벌어지는 게임이니 더욱 더 그랬다. 하지만 공동 개최국인 일본의 학생들이나 남미 유럽의 친구들은 월드컵을 주목하고 있었다. 오가다가 그들에게 한국의 16강 진출을 축하한다는 말을 종종 듣기도 했다. 물론 룸메이트는 언제나 쉬는 시간이면 일본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온통 축구 얘기뿐이었다. 나는 대화에 끼지 않고 조용히 옆에서 담배를 피거나, 아니면 일찍 교실에 들어가 예습을 했다.

이윽고 며칠이 지나 이탈리아와 치루는 16강전의 그날이 왔다.

낮부터 초조해 하던 룸메이트는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한국에서 마련해 온 대한민국 공식 유니폼에 머리엔 태극 띠까지 묶었다. 한국이 골을 넣을 때 들을 대한민국 응원가도 시디에 구웠다고 했다.

"형. 나 집에 안 들어올 꺼야."

"어 잘 보고 와."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책상에 앉아 대답했다.

"형 절대 어디가지 말고 집에 있어야 해? 알았지? 그리고 인터넷도 켜지마. 그냥 자. 알았지?"

"새벽 4시에 내가 뭘 해. 자야지. 나 내일 수업 있어."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는 듯 그는 내 손을 꼭 잡고

"화이팅!"

하고 외쳤다. 아니 내가 게임 뛰나. 왜 나한테 파이팅이야.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