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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l 2009.11.20
성묘 길의 거리의 악사

올해는 부모님과 나 이렇게 셋이서 오붓하게 성묘를 가기로 했다.

지현이는 책 마감 때문에 바쁘고 똘이네도 주말에 쉬게 해주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고 보니 부모님과 딱 이렇게 셋이서 어딜 갔던 적은 거의 없지 않았나 싶다.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가 있는 묘지는 임진각 통일전망대쪽의 금촌이라는 곳이다.

자유로를 타고 오랜만에 차도 길들일 겸 (1년 반 동안 주행거리 3400km를 기록하고 있는 불쌍한 놈.) 겸사겸사 잘됐다.

완연한 가을날씨에 드라이브하기엔 딱 좋은 날씨.

자유로를 달리다가 문산 인터체인지 도착하기 직전 어머님의 요청으로

휴게소를 잠깐 들렀다. 화장실도 가고 커피도 마시고 담배도 필겸.

그곳에선 나이가 50은 되어 보이는 한 무명가수가 기타 반주에

라이브를 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공공의 장소에서의 이런 라이브 무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의 의지로 취사선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보기 싫은 건 눈을 돌리면 그만이지만 듣기 싫은 소리는 피하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시야보다 훨씬 광범위한 것이다.

설사 연주나 노래가 듣기 나쁘지 않다 해도 내가 더 듣고 싶은 음악이 있거나 머릿속에 막 뭔가 좋은 악상이라도 떠오를 참에 이러한 공격을 받으면, 게다가 커다란 스피커에서 쩌렁쩌렁 어마어마한 음량으로 울려 퍼지기라도 하면 머릿속에서 꿈틀대던, 갓 생명을 갖으려던 악상들은 큰 파도에 삼켜져 흔적 없이 자취를 감추게 되고 만다.

어쩌면 직업에 의한 개인적인 취향이 클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리의 악사를 좋아하지 않을까 싶긴 하다.

허나 이분은 꽤 노래를 잘 하시는 분이었다. 뭐랄까 구수하다고 할까.

아주머니 팬들한테 인기가 좋을 그러할 목소리였다.

시원스럽게 뻗어나가면서도 흔히 말하는 쿠세(발성의 버릇)가 별로 없는 정직한 발성과 정직한 음색이었다. 가라오케 스피커 옆에는 CD 판매대가 있었고 수익금은 동네 병원에 지원금으로 쓰인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어쩌면 직업이 가수가 아니라 자원봉사의 일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냥 얼핏 얼마나 팔릴까...그리고 얼마나 남을까 그리고 그 중 얼마가 정말 지원금으로 쓰일까한 0.5초 궁금해 하다 말았다. 커피 줄이 너무 길었던 것이다.

커피를 사서 부모님과 벤치에 앉아 홀짝이며 마시고 있는데

먼저 화장실로 직행하셨던 어머니가 불쑥 아버지께 묻는다.

"당신도 돈 넣었어요?"

"응 나 3000원 넣었는데? 성량이 좋아..."

"네..그렇죠? 음색이 참 좋은 것 같아요. "

두 분 모두 돈을 넣으셨다는 것을 확인하고 웃으시다가 나에게도 저 가수 노래 잘하지 않냐 물으신다.

그런것 같다고 대답하고 나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 부모님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 가수가 단순히 거리의 악사이기

이전에 당신들의 아들과 같은 직종에 있는 사람이라는 그런 팔이 안으로 굽는

측은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꼭 좋은 데에 쓰인다는 문구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래서 더 눈이 가고 귀가 가고 그래서 단돈 몇 천원이라도 넣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어쩌면 나의 오버일수도 있는 그런 생각.

안 그래도 4일 공연이 얼마나 힘들었을꺼냐며 연신 걱정하시고 안쓰러워하시던 어머니는 연이은 열창에도 별다른 멘트 없이 죽 노래를 이어가던 그 거리에 악사 또한 그런 맘으로 보듬어주고 싶으신 게 아니었던지.

어쩌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를 읽고 난지 얼마 안돼서

내가 좀 감상적인 상상에 빠지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뭐 아님 말구요. ^^

어쨌든 간만의 부모님과의 드라이브는 생각보다 즐거웠고

성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맛난 장어구이와 매운탕을 신나게 먹었다.

덕분에 졸음 운전하느라 무척 힘들었지만 말이다.

2009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