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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2013.05.01
Musical Matil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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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엊그제 모 뮤지컬을 보다가 인터미션때 나와버렸다.
전형적인 스토리에 전형적인 음악, 배우들도 뭔가 아이돌 가수 지망생 같을 뿐 다들 설익어서 뭐 하나 새로운 것이 없었다. 처음 한 20분만 봐도 어떻게 진행이 될지 너무 다 알 것 같은 그런 익숙하고 전형적인 미국식 뮤지컬이었다. 집에 오는 길에 그래도 꾹 참고 끝까지 봤어야 했나 자책하다가 문득 내가 이 곳에서 너무 새롭고 파격적인 것들에 맛이 들려 겉멋이 들어버렸나 하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그러나,

뮤지컬 마틸다를 보면서, 안심할 수 있었다.
뮤지컬의 원론적인 요소들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작품은 달라진다.
그 원론에 얼마나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덧붙여지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거의 이정도면 완벽에 가까운 뮤지컬이라고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연출에 무한한 경의를 보낸다.
로열드 달의 원작이 워낙 탄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널리 알려져서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제작자들에겐 부담도 되었을 터. 무엇이 선행되었는지 알아채기가 힘들만큼, 연기 춤 무대 음악 조명이 혼연일체가 되어 유기적으로 엮어낸 연출력과 스토리 구성력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무엇하나 공식에 대입한 흔적이 없었다. 

솔직히 위키드 같은 브로드웨이의 대작들을 보면 엄청난 제작비와 물량이 눈에 보여 일단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었다. 그리고 그런 위화감은 어쩌면 위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저런 규모는 힘들지 하면서 편하게 포기할 수 있었으니까. 허나 마틸다는 좀 다르다. 딱히 값비싼 물량이 투입되어 보이는 장치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 어느 무대보다 화려하고 멋지다. 무대를 설치하고 극에 이용하는 아이디어와 연계성들이 너무나 뛰어나기 때문이다. 사실 그래서 더 짜증나고 충격적이다. 다른 꼼수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저 원론에 충실했는데 너무나 눈부시게 남다른 결과물. 결국 재능의 차이고 상상력의 차이고 아이디어의 차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 그리고 이 사람들이 나와 동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 문화 충격.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위화감.

함께 뮤지컬을 본 후배가 물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이 다 이런 건 아니지?”

“당연하지. 베스트 중에 베스트를 본 거야.”

“어휴 다행이다.”

‘다행이다’ 라는 단어가 지닌 여러 가지 속내가 너무 공감이 되어서 함께 웃었다.

 


— The Shubert Theatre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