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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2013.04.21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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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프랑스 여행 이후 고흐의 그림을 볼 때마다 기분이 이상하다.
어릴 적 친구를 만난 것 같기도 하고, 아주 오래 전 잃어버린 물건을 우연히 찾은 기분 같기도 하다. 가장 구체적으로 표현 하자면 “네가 여기 있었구나...” 하는 기분인 것 같다. 프랑스의 아를에서도 그리고 생레미 수도원에서도 고흐의 흔적은 많았지만 정작 오리지널 작품을 감상할 수는 없었다. 다만 ‘이 곳에서 고흐가 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하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그림의 프린트물이 있었을 뿐. 눈에 익은 유명한 작품들이 되었던 배경들을 감상하며, 그리고 그 시절 고흐의 상황이나 심리 상태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그런 그림들이 탄생되었을 시절을 상상해 본다던지 그의 내면에 대한 아픔에 공감해 보려 해도 왠지 조악한 화질의 프린트 물의 그림은 그렇게 크게 와 닿지 않았더랬다.

하지만 여행의 소중함은 이런 것일까.
미술관을 어슬렁거리다가 문득 만나게 되는 고흐의 작품들.
반짝 반짝 빛이 나다 못해 마치 살아 있는 듯 한 생기를 지닌 그림을 만나게 되는 순간,
나는 마치 우리 둘이 서로 다른 세상을 헤매다가 우연히 여기서 조우한 것 같은 그런 운명적인 반가움을 느끼게 되곤 했다. (라고 표현하면 좀 오버스럽긴 하지만...)

“아.... 네가 여기 걸려 있었구나...정말 먼 길을 왔구나... 고생했다...”

반가움과 안쓰러움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한참 그림 앞에 머물러 있다 보니, 그림의 배경인 아를이나 셍레미의 풍경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들판, 바람, 나무들 그 때의 바람 냄새 햇빛들...

여행을 와서 만난 그림 한 점이 이 전 여행을 떠올리게 하고 그 여행을 거쳐 1889년의 아름다운 찰나, 아직 그림의 물감이 채 마르지 않은 그 때의 셍레미의 벌판으로 나를 데려가 준다. 
이렇게 여행은 여행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