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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2013.01.16
공연 전 날 밤
총리허설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드디어 내일이 앵콜 공연 첫 날이군요.
기분이 이상합니다.
4개월에 걸친 투어가 이제 끝이 보이는군요.

무사히 잘 끝내서 홀가분해지고 싶은 맘이 크지만, 
공연 후 찾아 올 공허함에 미리 겁도 난달까요.

그러고 보니 제가 처음 공연이라는 것을 본 장소가 바로 세종문화회관이었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인가 2학년 때인가 오페라 혹은 클래식 공연이었던 것 같은데요. 그 당시엔 예술의 전당도 생기기 전이었고, 공연 극장이라는 것이 많지 않을 때였죠. 멋모르고 설레던 꼬마에게 누군가 “얘야 삼십 년 뒤에 네가 이 무대에 올라 너의 노래를 부르게 된단다.” 얘기해주었다면, 그 꼬마는 그 말이 믿겨졌을까요. 항상 바라만 보던 무대 위에서 객석을 내려다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공연을 할 때 마다 이렇게 하는 공연은 (여기서 ‘이렇게’란 아주 여러 가지 의미에서...)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늘 했더랬습니다. 할머님들이 늘 말씀하시는 내년 생일이 또 올까 모르겠구나...와 비슷한 엄살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이것저것 다 해볼 수 있는 공연을, 앞으로도 쭉 평생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투어는 어쩐지 예전 공연들과도 사뭇 느낌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제 음악 인생에 뭔가 작지만 의미 있는 쉼표를 찍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20년 동안 열심히 음악 한 것에 대한 보상, 혹은 선물을 받은 것 같기도 합니다. 다음 공연이 언제쯤이 될지, 어떤 형태일지, 아직 가늠할 순 없지만 그 때는 더욱 발전된 모습이어야 할 것 같다는 책임감에 어깨도 무겁습니다. 가볍지 않은 액수의 티켓값을 기꺼이 지불하고 투어 전석을 메워주신 관객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제가 공연에 임할 때 가장 두려운 것은, 텅 빈 객석이 아니라 실망하고 돌아가는 관객들의 뒷모습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가능한 먼 미래였으면 좋겠네요.

그런 의미에서 올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안식년을 갖으려 합니다.
충분히 쉬고 여행도 다니면서 음악인으로서 그리고 인간 김동률로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혹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해보려 합니다. 결과물의 형태나 발표 여부에 상관없이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작업들을 혼자 끼적이면서 공부하고 연습해 보려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너무 앨범 작업이 하고 싶다든지 공연을 하고 싶다면 주저 않고 돌아오겠습니다. 언제가 되든 좀 더 여물어서 돌아올게요.

다시 한 번 뜨거운 성원 감사드립니다.
공연장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