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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2013.01.16
당근과 채찍
나는 의외로(?)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다. 
특히나 누군가가 조언을 구해 올 때는.

이미 잘하고 있는 부분들은 이미 자기도 알겠고 다른 사람한테도 많이 들었을 테니, 칭찬은 주로 생략한다. 그보단 뭔가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고 싶은 맘에 쓴 소리를 주로 해주었더랬다. 그런데 막상 이런 저런 것들을 지적해주면 꽤 많은 사람들이 내게 상처를 받곤 했다. 표면적으론 고맙다고 하지만 이런 저런 변명과 핑계로 내 조언은 무색하게 만들기 일쑤였다. 결국 다 자기 생각대로 할 거면 왜 나한테 물어봤나. 그냥 좋다는 칭찬만 듣고 싶었던 건가. 나 같으면 누군가 다른 관점에서의 얘기들을 들려주는 것이 참 고마웠을 것 같은데,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걸리는 부분들을 거짓으로 괜찮다고 할 순 없잖아 하면서. 그래서 후배들 사이에선 칭찬 듣고 싶으면 희열형한테 가고 매 맞고 싶으면 동률형한테 가라는 얘기도 있다고 한다. 

그러다 문득 ‘나 같으면’이라는 가정 말고, 정작 나는 예전에 어땠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직 어리고 배울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더 많던 그 시절, 나는 칭찬에 더 굶주렸던가 아니면 매가 더 절실했을까. 그 시절 나에게도 채찍을 들었던 선배들과 당근을 주었던 선배들이 둘 다 있었다. 매는 너무 아팠다. 나는 성격상 그런 의견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고민해야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되고 고칠 수 있는 부분들은 당장 수정하면 됐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그냥 밀고 나가려면,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많은 검증의 과정과 시간이 필요했다. 또한 내 능력 밖인 것처럼 느껴지는 그래서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을 그냥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은, 정말 아팠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렇게 힘들었을 때 내가 의지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내게 칭찬과 좋은 말을 해주던 선배들과 동료들이었다. 과부하가 걸려서 비틀거릴 땐 칭찬을 양분삼아 일어서는, 결국 나도 당근과 채찍이 둘 다 필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자문을 구하고 의견을 듣는 일은, 진정 그 누군가가 정답을 얘기해 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 스스로 자기의 답을 찾아가게 되는 과정의 하나일 뿐. 누가 말해줘서 알게 되는 것은, 결국 자신이 스스로 깨닫기 전에는 진정 자신의 것이 아니다.

오늘 아끼는 후배가 새 앨범의 데모를 보내왔다.
길을 잃은 것 같다며 형의 솔직한 조언이 필요하다고.
곡들은 예상대로 듣기 좋았다. 
굳이 내 조언이 필요하지 않은 수작들이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꽤 길게 감상평을 적어 보냈다.
여전히 칭찬엔 인색했는지도 모르겠다.
조심스럽게 쓴다고 썼는데 혹 상처를 받을 부분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적어도 후배를 아끼는 나의 진심은 느껴졌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언급한 구체적인 조언들에 연연하기 보단 그런 내 진심에 힘을 얻어 끝까지 멋진 앨범으로 마무리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쨌든 정말 칭찬만 듣고 싶었다면 희열형한테 보냈겠지 싶은 맘에 말이다. 하하하

(둘 다 보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