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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2012.05.17
그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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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행지에서 매 끼니마다 식당을 고르는 일은 여행의 즐거움이기도 하지만 스트레스이기도 하다. 맛있는 식사는 커다란 즐거움을 주지만 반대로 실망스러운 음식을 먹고 나면 기분이 아주 안 좋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격까지 비싸고 서비스도 형편없었다면 그 후유증은 몇 시간, 아니 며칠 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

타지에서 맛나고 좋은 음식점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현지인의 추천을 받는 것이다. 그들이 추천하는 곳은 대개 관광 명소에선 약간 벗어난 외진 곳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하고 관광객들보다는 현지의 단골이 많으며 웨이터나 주인도 훨씬 친절하다. 도시를 옮길 때마다 우리는 숙소의 관리인에게 꼭 근처 맛집을 물어보곤 했는데 그들의 추천 식당은 늘 만족스러웠다. 

특히 그 중에서 으뜸은 Arles의 한 동네 식당이었다. 와인 셀러 겸 레스토랑인 이 식당 역시 관리인 아주머니가 가격은 쬐금 비싸지만 음식은 너무너무 맛있다며 꼭 가보라고 추천해준 곳이었는데, 정말 가격은 주위 다른 식당에 비해선 조금 비쌌지만 그래도 파리에 물가에 비한다면 매우 합리적이었고, 맛은 정말 너무너무너무 끝내줬다. 
나는 유난스러운 미식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음식에 대해 내 나름대로 평가하는 기준을 갖고 있는데, 식재료의 신선도, 음식의 간, 그리고 씹히는 식감이 그것이다. 즉 재료 본연의 맛을 충분히 살리면서 딱 필요한 만큼만 간을 하고 질기지도 너무 물렁하지도 않게 씹히는 음식이 맛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음식점은 여태껏 내가 가 본 프랑스 음식점 중에선 최고라고 할 정도로 그 세 가지 요소를 완벽하게 갖춘 아주 보기 드문 곳이었다. 세상의 모든 감자튀김이 모두 이렇게 바삭바삭하다면 햄버거 세트메뉴에서 프렌치프라이를 남기는 일은 없을 텐데. 분명 한 번 데치거나 볶았을 야채들이 어떻게 이렇게 아삭아삭하고 쫄깃할 수 있는지. 고기가 구워진 정도나 생선살의 익힘 정도도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딱 그 만큼이었고, 메인요리에 곁들여 나오는 야채들의 선택도 탁월해서 메인 요리와의 발란스가 너무나 조화로웠다. 
아를 지방의 유기농 포도로 만들었다는 하우스 와인에서부터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만족스러운 식당. 우리 입에만 맛있는 건 아니어서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늘 만석이었고 그들 대부분은 오랜 단골들인 것 같았다. 
주인이거나 혹은 주인의 와이프쯤으로 보이는 웨이트리스 아주머니가 혼자서 주문과 서빙을 도맡아하면서도, 모든 손님들의 주문과 순서를 외우고 일사분란하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척척 해내는 것 또한 놀라웠다. 바쁘게 주방과 테이블을 오가면서도 누가 어떤 와인을 마시고 있는지를 모두 기억하고서는 잔이 빌 때마다 알아서 척척 채워주는 모습이 프로답게 리드미컬했다. 

아를에 머무는 2주 동안 우린 세 번이나 그 식당에 가서 메뉴의 음식들을 거의 모두 시켜 먹어보았다. 가게 창문에 더덕더덕 요란하게 올해의 식당 스티커들이 붙어있는 한 식당에 들어갔다가 크게 데인 이후, 이미 검증된 식당을 끝까지 파보자고 결심했던 것이었다. 어떤 식당의 스페셜 요리라는 것이 존재할 순 있지만 경험상 한 요리가 맛나면 다른 음식들도 기본 이상은 하는 법. 여러 레스토랑을 순례하며 모험을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정말 맘에 드는 음식점을 찾았다면 그 식당의 메뉴를 모두 섭렵해 보는 것도 안전하면서도 즐거운 일.

물론 이 식당의 메뉴는 베스트를 꼽기 힘들만큼 모두 맛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