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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2012.05.13
우연의 하모니
생끌루 공원을 가는 길이었다. 
지하철 9호선 노선의 이쪽 끝에서 종점까지 가는 긴 여정이라서,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아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 랜덤 플레이를 선택해 놓고 한 두 곡쯤 듣다 보니 하림의 '지난봄 어느 날'이란 곡이 오랜만에 흘러나왔다. 8년 전 동생과 스페인 여행을 갔을 때 주제가처럼 듣던 곡. 반가운 맘으로 듣고 있다 보니 뭔가 좀 이상하다. 어 이건 뭐지? 내가 예전에 듣던 버전과 약간 달라진 것 같은 기분. 노래 사이사이에 클라리넷 비슷한 음색의 솔로 연주가 추가된 것이다. 굉장히 자유로운 연주지만 곡의 느낌과 사뭇 잘 맞아 떨어지는 라인. 새로운 버전인가? 갸우뚱 하면서 잠시 듣다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헤드폰을 벗어보았다. 

아...어쩐지...

지하철 안에선 또 다른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거리의 악사의 아코디언 연주.
악사를 등지고 앉아 있던 나는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두 곡의 음악을 함께 듣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참 희한한 점은 악사가 연주하고 있던 곡은 내가 듣고 있던 하림의 곡과는 전혀 다른 풍의 구슬픈 샹송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두 곡의 Key가 같았다. 템포도 엇비슷했다. 연주의 타이밍까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다 보니, 나는 한동안 알아채지 못한 채 그렇게 별 의심 없이 두 곡을 함께 듣고 있었던 것이다. 이 교묘한 어울림이 너무도 재밌는 나머지 나는 몇 번이고 헤드폰을 벗었다 쓰기를 반복하며 신기해했다.

우연의 하모니. 
서로 전혀 다른 두 곡이 우연히 만나 짧은 순간 만들어낸 기가 막힌 앙상블.
비록 30초 정도 지속되다가 서서히 틀어져서 불협이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들려 줄 수 없는 것이 유감일 정도로 너무도 그럴듯했던 하모니.
두 곡을 따로 놓고 들었다면 전혀 상상할 수 없었을 어울림.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도 이런 우연의 기적을 빌어 서로 어우러져가고 있는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