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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2012.05.10
Cassis, Provence-Alpes-Cote d'Azur, F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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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이대로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란 표현을 흔히 쓴다.
하지만 어차피 시간을 멈추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 때문일까?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런 순간을 그냥 마음속에 사진처럼 각인해두고 있는 것 같다.
너무 아름다운 순간이나 너무 평화로운 어느 한 순간, 너무 행복하거나 즐거운 어떤 한 순간에, 그 장면(어떨 때는 내 모습마저도 포함한)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저 멀리 떨어져 사진처럼 찍어두곤 한다. 그리고 내 마음 속의 이 한 장의 사진을 두고두고 품어 둔 채 가끔씩 꺼내보곤 한다. 그러나 참 이상한 건, 그 마음속의 사진은 그 자체로는 너무 아름답고 평화롭고 행복하지만 그걸 들여다보고 있는 나의 감성은 굳이 쉬운 단어로 표현하자면 '슬픔'에 가깝다는 점이다.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한 장면이라는 아쉬움 때문만은 아니다.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 너무 슬픈 느낌이라고나 할까. 친구들과 즐겁게 떠들며 놀던 사진들에 조용하고 슬픈 피아노 연주곡을 입혀서 슬라이드 쇼로 감상해 본 적이 있다면 조금 이해할 수도 있겠다. 마치 그 사진의 주인공들이 이 세상에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 그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나조차 이미 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

프로방스의 남부 해변 마을 Cassis의 부둣가에 앉아 멍하니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 중이었다.
해변에서 웃통을 벗어던지고 물에 뛰어드는 젊은이들, 모래사장을 열심히 달리는 개들, 조용히 정박해 있는 요트와 배들, 유유히 하늘을 나는 갈매기들. 좀 더 예쁘고 아기자기 하지만 딱히 여느 항구에 비해 크게 다를 것도 없는 풍경이었다. 
처음 시작은 나도 모르게 내뱉은 한숨이었나?
물이 차오르듯, 무언지 모를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서서히 북받쳐 올라왔다.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답고, 고요하고, 완벽해서 그렇게 서럽고 슬플 수가 없었다.
무엇에 대한 것인지도 확실치 않은 안타까움과 아련함의 덩어리가 밀려왔다.

이 그림 같은 풍경에 나만 동떨어지게 느껴지는 소외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웃으며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에 비해 내가 불행하게 느껴져서도 아니었다.
자연 앞에 작아지는 겸허함 때문만도 아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이 손에 쥔 모래처럼 스르르 흘러가는 것이 아쉬워서만도 아니었다.
사실은 더 복잡한 감정이었지만 그걸 글로 표현할 재간이 난 부족하다.
어쩌면 그 순간의 내 감정 자체가 완벽하게 모양새를 갖추지 못한 탓일 수도 있다.

이 장면은 그렇게 내 마음에 찍혀졌다.
수십 번 셔터를 누르고도 모자라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나보다.

그리고 문득,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