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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2012.04.18
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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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컨대, 
전자책이 마음에 들어버렸다. 

그것도 너무 빨리, 너무 쉽게. 
구입할지 말지 오랫동안 고민했던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지난 미국 여행 중, 하필이면 책이 가장 필요한 해변에서, 가져 온 책이 똑 떨어져버려 무료하게 빈둥거리다 돌아보니 다른 사람들은 죄다 아마존 킨들 같은 전자책을 들고 있었더랬다. 그때부터 시작됐던 고민. '책은 모름지기 종이책으로 읽어야지' 하는 괜한 디지털에 대한 거부감과 여행 짐을 무겁게 꾸리고 싶지 않은 편리성 사이에서 고민하던 나에게, 후배가 물었다.

"오빠, 책을 여러 번 읽기도 해?"

"아니? 난 늘 새 책이 궁금해."

"그럼 책에 밑줄을 긋거나 낙서를 하기도 해?"

"아니? 별루..."

"그럼 꼭 종이책이어야 하는 이유가 뭐야?"

그리고 나는 곧바로 전자책을 주문했다.

그럼에도 솔직히 나는, 막연하게나마 내가 전자책에 적응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새 전자책의 편리성에 감탄해 가며, 종이책을 읽을 때 보다 더 자주 책을 읽고 있는 내가 왠지 모르게 씁쓸했다. 전자책에 너무 쉽게 마음을 뺏겨버린 내가 섭섭했달까. 오랜 여자 친구를 배신한 것 같은 죄책감마저 들었다. 

어쩌면 나는, 내가 아날로그적 감성의 소유자라고 멋대로 정의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꽤 오래 전 부터 음악도 아이팟에 넣어 듣고 있고, 언제부터인가 필름 카메라는 들고 다니지도 않으며, 사소한 메모조차 수첩이 아닌 휴대폰에 적고 있었으면서도 말이다. 겉으로는 아날로그적 향수를 동경하면서도 사실은 남들처럼 편리하고 새로운 게 좋은, 나는 그런 이중적인 디지털리언이었던 것은 아닌지.

젠장, 이제 팬들에게 '음원보다는 CD로 들어주세요.' 라는 말도 못하겠다.
취향대로 들어주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