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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2012.04.18
작품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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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앉아 멍 때리던 중, 지현이가 수첩과 펜을 꺼내 스케치를 하기 시작했다.

"오, 있어 보여! 나도 나도!"

애처럼 떼를 써서 종이와 펜을 빼앗긴 했는데 그림이란 걸 그려본지가 몇 년 만이더라?
미술관을 갓 다녀 온 뒤 잔뜩 고양된 예술적 감성으로 명작을 남겨보리라는 의욕에 거침없이 펜을 놀려보았지만 어찌된 게 그리면 그릴수록 그림은 난해한 추상화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그림에 사인은 남긴 나. -.-;)

한 때 미대 가 볼 생각 없냐는 말도 들어본 적 있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어쩌면 그때의 칭찬도 미술에 소질이 있어서라기 보단, 그저 미술 학원에서 '그림을 그리는 법'을 착실히 배운 덕이었을지도 모른다. 주입식 교육이란 착실한 학생에 한해선 어느 정도 기본 수준 이상은 만들어주니까.

그러고 보면 어렸을 때의 나는 음악 외에는 딱히 열정을 가졌던 분야가 없었던 것 같다. 책 읽는 걸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했지만, 글을 쓰지 않으면 혹은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내 삶이 불행해 질 것만 같은 절실함은 느껴지지 않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은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만든 곡이 한없이 뿌듯했고, 옆에서 누가 뭐라고 비웃더라도 상관없이 그저 마냥 좋았다. 

그러한 맹목적인 열정과 자신감 덕에 지금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음악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이지만, 때로는 그것이 걸림돌이 될 때도 많다. 
다른 분야에 관심이 생기거나 제안을 받을 때, 과연 그 때 만큼 간절한가? 혹은 그 때 만큼 자신감이 있는가, 자꾸 비교하며 저울질 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내 나이의 의욕이라는 것이 10대 후반의 불타올랐던 그것만큼 뜨겁긴 당연히 힘들 테고, 처음부터 꼭 소질과 재능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한 번 시작해 볼 수는 있는 것인데, 자꾸 옛날 생각만 하면서 망설이게 된다. 그러고는 금세 '지금 하고 있는 음악이라도 더 잘하자' 쪽으로 마음이 기울며 쉽게 포기해 버리는 것이다. 난 어차피 한꺼번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성격도 아니잖아 하면서 말이다.

"미술 학원을 다시 다녀보면 어때? 취미 생활로도 좋잖아?" 라는 동생의 말에 

"에이.. 뭐 내가 얼마나 하겠어... 그러다 말겠지 뭐..."

라고 대답하고 나서 이렇게 놓아버린 새로운 기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뒤돌아보게 된다.

처음부터 다 잘 할 필요도 없고 끝까지 가지 못해도 괜찮은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