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2014.02.04
Melody

얼마 전 다음 앨범 수록곡의 선별 작업이 끝났다는 글을 올렸었는데요.
전 이제 시작이라는 뜻이었는데, 곧 앨범이 나오는 걸로 이해하시는 분들도 많더군요.
그러고 보니 ‘곡을 썼다.’ 라는 말의 정의가 뮤지션들 마다 각기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경우에는 멜로디가 완성이 되면 ‘곡을 썼다.’ 라고 말하는데요, 그건 아무래도 제 음악 스타일이 대부분 발라드인데다가, 개인적으로 멜로디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다른 가요나 팝을 들을 때에도 가사보다는 멜로디나 편곡을 더 먼저 듣기 때문에 곡을 쓸 때에도 멜로디가 최우선입니다. (그래서 곡이 좋다는 칭찬이 젤 듣기 좋았고, 가사 때문에 제 음악을 좋아한다는 칭찬에는 기분 상했던 시절도 있었더랬죠. 지금은 칭찬이면 다 좋지만요. 하하)
따라서 음악의 장르나 개인의 우선순위의 따라서 작업의 순서나 스타일이 다 다른데요.
힙합이나 댄스, 일렉트로닉 음악 같은 경우는 리듬 패턴이나 사운드의 아이디어를 먼저 구성하고 그 위에 멜로디를 얹는 경우도 많습니다. 멜로디보다는 리듬의 그루브나 사운드, 분위기가 더 중요한 곡들도 있으니까요. 어떤 경우는 피쳐링을 부탁받은 가수가 멜로디를 만들어 부르기도 하지요. 그럴 경우 공동작곡으로 명시되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장르들은 작곡과 편곡의 경계선이 매우 모호하기도 합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작곡의 범주고 또 편곡의 범주인가를 구분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티스트의 경우는 멜로디와 가사를 함께 써나가거나 가사를 먼저 쓰고 그 다음에 곡을 붙이기도 합니다. Lucid Fall 윤석이는 가사와 곡을 함께 쓰는 편인데 그래서 늘 제게 묻습니다. 가사가 정해지지 않고 어떻게 편곡의 분위기를 결정할 수 있냐고요. 그런데 저는 반대로 편곡이 완성되고 나서야 비로소 어떤 내용의 가사가 붙어야할지 확실한 감이 오곤 합니다. 물론 처음 곡을 쓸 때부터 막연하나마 가사의 컨셉이 정해져있지만 편곡이 그 범주를 좁혀준다고나 할까요. 사람마다 작업 스타일이 다 다르다는 것이 재밌기도 하고 신기합니다.
머릿속에 혹은 오선지위에 발가벗은 채로 태어난 멜로디는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새싹입니다. 어떤 곡들은 이미 제 머릿속에서는 막연하나마 완성된 형태이기도 하고 어떤 곡들엔 몇 번씩 다른 옷을 입혀보기도 합니다. 단아한 화초로 꽃을 피울까, 무성한 나무로 키울까. 상상은 즐겁지만 그것을 실현화 시키는 과정은 다른 얘기지요. 하하.
자 이제 멜로디가 완성되었으니, 편곡을 할 차례입니다.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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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어떤 곡으로 만들어져 팬들에게 감동과 위안을 줄지 마니마니 기대되고 설레네요..날씨가 엄청 춥습니다..감기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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률님의 장인 정신이 느껴져요. 사랑스러운 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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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핸 률님를 많이 알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참! 13년 12월 11일 ps를 보게 됐는데 왜 웃음이 나오죠? 률님의 인간적인 면을 보게 돼서인가요? 늦게 보게 돼서 죄송함니다... -
그렇죠~ 이제 시작인데 오빠 곧 컴백할것처럼 기사가 쏟아져 나오더라구요...조바심 내지 마시길...^^ 진득하니 기다리고 있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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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 예쁘게 단장을 마친 곡들을 만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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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초든 나무든..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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률님이 이렇게 풀어서 설명을 해주시다니.. 좀더 친근해지는 느낌!! 기다리고 있을테니 멋진 곡들 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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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가수 닮은 팬이 맞나 봅니다.
지인이 -김동률 앨범 나온대-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그냥 "응"이라고 하지 못하고
가능한 올해 안에는 들려줄 수 있음 좋겠다고 하셨지 올해 앨범 발표한다고는 안 하셨어!
라고 답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지인의 답은-아, 그래~-였지요^^
팬들은 짐작하지 않았을까요? 률님께서 이제 "영차~"하셨다는 것을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니 절대 서두르지 마시고 률님의 리듬을 깨지 않으면서
즐거운(그러기 힘드시겠지만)작업의 시간이길 바랍니다.~ -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고하세요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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률님 너무 귀여우심.ㅎㅎ 그래서 그렇게 멜로디가 어마무지하게 좋았군요!! 평소 알고 싶었던 거 률님이 다 설명해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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률님이 시작한다고 했을 때 "아~ 겨울 쯤 볼 수 있겠군!" 하고 전 생각했는데요. ㅎ 음악과 관련없는 일을 하고 있지만 률님 글을 읽으면서 음악적 지식이라고 할까나. 음악을 이해하는 접근 방식이 넓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암튼 률님 글은 매번 볼 때마다 쉽고 재미있어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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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음악들을 때마다 울었어요. 내가 부당하고 부조리한 처지에 놓였을 때 저에게 힘이 되어 주는 노래들입니다. 편곡을 한다면 아직 가사는 쓰지 않으셨겠죠? 조금 있으면 발렌타인 데인데, 각자의 알맞은 위치에서 가사가 제발 누구에게나 공감가는 노래였으면 좋겠어요. 오빠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아이처럼 울어요. 칭찬인데요, 마중가는길 하고 오래된 노래 는 특히 들을 수록 많이 좋아요. 편곡 잘 하세요. 종종 이런 음반 제작과정을 알 수 있고, 또 설명해 주시니 저처럼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근데 천천히 앨범만드시는 건 좋은데요, 콘서트는 언제해요? 일년 넘게 못 보니까 얼굴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천천히 기다리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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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이 기분은? ㅋㅋㅋㅋ 작업기가 무슨 시리즈물 읽는 것처럼 다음 편이 막 기대되네.. ㅋㅋㅋ
너무 재밌어요 률님!!^0^ 편곡 이야기도 빨리 듣고 싶어용~*.* -
률님 성격 아는 팬들은.. 곧! 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을겁니다^^ 천천히 여유있게.. 준비해서 짜잔~해주세요^^ 우리 기다림이.. 하루이틀인가요..어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딘가에서 음악을 준비하고 계시는 것 자체가 기대와 흥분으로 기다릴수 있는 힘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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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곡이 좋다는 칭찬이 젤 듣기 좋았고, 가사 때문에 제 음악을 좋아한다는 칭찬에는 기분 상했던 시절도 있었더랬죠.'<<< 이 부분 읽으니까 제가 '양보' 멜로디 아무 생각없이 흥얼흥얼 잘 듣다가 친구한테 가사 이거 잘 들어보면 남자의 집착이라고, 실제 연애 관계에서 여자 입장이라면 무서울수 있다고ㅋㅋ 멜로디에 속았다고 친구랑 이야기했던거 생각나네요 ㅋㅋ 률님의 멜로디는 치정을 미화시키는 게 있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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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야 tv로.. 영화 엔딩곡으로 울려퍼지는 전람회 노래를 들으니 참.. 신기했어요^-^ 라디오 영화음악 프로그램에 신청곡으로 올라오는 것도요. 전에 어느 인터뷰기사에서던가.. 언젠가 영화음악을 하시고싶다는 글을 읽은 것 같은데, 그때 시네마천국 엔딩을 연상했던 것 같은데요.
어쩌면 지금까지 들려주신 곡들이나 또 지금 작업하시는 곡들이 앞으로 한층 더 멋진 엔딩을 장식하게 돼, 누군가에게 최고의 영화 & 영화음악으로 오래 남겠지요. 세상엔 오래 남는 말과 글들이 참 많지만. 아름다운 멜로디와 음성으로 채색할 수 있단 재능이 진심 부럽습니다. -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싶은 음악을하고싶으시다고했죠? 제게는 떠나간 엄마를... 동률님의 음악으로 대신 전해주닌깐...위로 그 이상이지요? 귀향 그림자 새 이방인...지금 이순간도 듣다가 문득 생각나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화이팅!!! 콘서트도 빨리 열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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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이 나오는 과정을 차분하게 마치 옆에서 얘기해 주는것같아요^^ 아무튼 설레인다는..., 그때까지 화이팅 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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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만드는 순서보다는....
어찌 그리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드시는지가 더 궁금....^^
지능이론가 가드너가 그랬다죠.
'작곡가가 최상위의 지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ㅎㅎ
오직 이건 작곡가들만 알 수 있는 영역인듯. -
저두요ㅡ멜로디가 맘에 들어야 또 듣게 되더라구요 ㅡ 그 담에 가사를 듣는 스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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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멜로디나 편곡을 더 먼저 들어요. 멜로디가 좋아야 계속 듣게 되지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새싹들을 가지고 작업하는 모습 기대하며 읽을게요. 어쩜 그런 멜로디를 쓰시는지 어떻게 그런 편곡을 하시는지.. 그리고 공연 때마다 편곡을 바꾸어서 새로운 곡으로 만들어내시는지 신기하기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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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곡에 가사를 얹어서 하는 겹쳐지고 탄생한 노래가 좋네요, 오빠의 곡쓰는 지론에 저도 찬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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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모르기 때문에 사전을 이용해서 번역을 할 때만 글자를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김동률의 음악에서 나를 사로 잡는 것은 멜로디와 그의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