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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2014.02.09
Key


노래의 멜로디를 완성하고 나면, 가장 먼저 곡의 Key를 정하게 됩니다.

음악 시간에 배운 장조 단조가 바로 노래의 키입니다. 

오선지에 샵(#)이나 플랫(b)이 몇 개 붙느냐로 식별할 수 있지요.


노래 곡의 키를 정하는 데에는 다음의 요소들이 고려됩니다.


  1. 보컬의 음역대.
  2. 악기 연주의 난이도.
  3. 각 Key가 갖고 있는 고유의 느낌


보컬의 음역대라는 것을 단순하게 부를 수 있는 가능 최저음부터 가능 최고음까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이건 좋은 정의가 아닌 듯 합니다. 가창이라는 것이 단순히 어떤 음을 ‘낼’ 수 있다 없다가 아니라 얼마나 듣기 편하고 좋게 ‘부를’ 수 있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가수마다 가장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 듣기 매력적인 음역대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높은 부분이 안정적으로 올라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곡 전체적으로 듣기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 음역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음 파트를 안정적으로 부르고자 키를 무턱대고 낮추면 앞부분이 너무 낮아져서 듣기에 편하지 않을 수 있지요. 따라서 고음 파트의 몇 음은 좀 무리가 되더라도 키를 높이기도 합니다. 어떤 곡은 고음에서 시원하게 지르는 것이 포인트일 수도 있으니 그런 경우에는 고음 파트를 안정적으로 부를 수 있는 키를 선택하고 앞부분을 다소 포기하기도 하지요.


가수들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일단 라이브를 배려하기보다는 앨범 녹음 우선으로 선택합니다. 앨범은 두고두고 듣는 것이고, 라이브는 어쩌다 한 번 하는 것이니까요. 게다가 앨범처럼 똑같이 라이브를 하는 것도 좋지만, 라이브만의 매력이라는 것이 있고, 정 안되면 키를 내려 부를 수도 있으니까요. 하하하.


반주에 쓰일 악기 때문에 키를 조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피아노는 기본적으로 어떤 키든 연주가 조금 더 어렵고 쉽고의 차이만 있을 뿐 기본적으로 프로 연주자라면 어떤 키의 곡이든 연주가 가능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현악기나 관악기의 경우에는 키에 따라 연주가 극심히 어려워진달지, 아니면 소리 자체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기타가 민감합니다. 조가 달라지면서 운지와 톤의 느낌이 휙휙 바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베란다 프로젝트 작업 때에 기타의 키를 위해 키를 높인 적이 있습니다. 덕분에 공연 때 죽을 뻔 했지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각의 다른 키가 갖고 있는 고유 느낌이라는 것이 또 오묘합니다. 꼭 절대음감이 아니더라도 조금 관심을 갖고 들어보시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 취향에선 플랫(b)키가 주는 느낌은 따뜻하고 아련합니다. 샵(#)키가 주는 느낌은 말 그대로  Sharp하고 쉬크합니다. 좀 쓸쓸하기도 하지요. 가장 중립이고 기본인 C key는 소탈하고 평이한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Eb이나 Ab key를 좋아합니다. 

한 앨범의 수록곡이 모두 같은 키라면 재미도 없고 심심합니다. 그래서 곡의 순서를 배치할 때도 가능한 같은 키가 이어지는 것은 피하고, 경우에 따라선 큰 무리가 없다면 구성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곡의 키를 바꾸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요즘엔 한 앨범을 순서대로 죽 듣는 경우가 별로 없을 테니 이젠 더 이상 무의미한 일일 수도 있겠네요. (슬프다...)


운이 좋아서 이런 요소들이 단박에 딱 들어맞는 키를 찾게 되면 참 기쁘겠지만, 그런 은혜로운 경우는 의외로 드뭅니다. 대게는 고심 끝에 하나 정도는 양보하게 되는데, 여러 번 불러보고 들어보고 고민해야하기에 시간이 꽤 많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초기에는 가사가 없이 대충 외계어로 불러보게 되는데, 나중에 편곡 작업이 끝나고 가사를 붙여 놓고 나니 턱없이 노래가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사의 발음에 따라 숨을 쓰는 양이 달라지고 발성의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자세히 설명하기로 하고...

요새는 기술이 좋아져서 부득이한 경우에는 녹음이 끝난 이후에도 반주를 반키 정도는 내릴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뮤지션은 인지할 정도의 미세한 사운드의 차이가 나게 되죠. 저는 두 번 정도 눈물을 머금고 그런 결단을 내린 적이 있었는데요, 공들여서 다 만들어 놓고, 나중에 음질을 깎아먹는 가슴 아픈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처음에 최적의 키를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Key를 정하고 나면 다음은 곡의 Tempo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