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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2014.02.25
곡의 구성

오늘은 곡의 구성, 구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요즘엔 너무 다양하고도 변칙적인 구조의 곡들이 많아서 일일이 다 예를 들 수는 없는지라, 저는 그냥 일반적인 발라드 곡을 예를 들어 설명하려 합니다.


보통의 발라드 곡의 일반적인 구조를 풀어보자면,


Intro(전주)– A(verse) - A’ - B – Sabi(후렴부) - Interlude(간주) - A or B – SABI –Bridge – Sabi – Outro (후주)


이렇게 정리할 수 있는데요, 물론 곡마다 조금씩 다르긴 합니다.

용어가 생소한 분들을 위해 각 파트의 정의와 역할부터 간략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INTRO 


말 그대로 노래의 전주입니다. 곡의 분위기를 암시하고, 또 기대하게 만드는 첫 시작입니다. 

노래의 첫인상이 전주에서 좌우되기도 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합니다. 전주만 들어도 설레는 곡들이 많지 않나요? 어렸을 때 친구들과 전주만 듣고 곡 명 알아맞히기 게임을 하며 놀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확실한 개성을 갖고 있는 전주일수록 기억에 많이 남는데요. 노래의 멜로디를 차용한 전주도 있고, 아예 독자적인 멜로디를 쓰기도 합니다. 리듬비트로만 전주가 시작되기도 하지요. 어떤 경우엔 곡의 후렴부를 전주대용으로 먼저 선보이기도 합니다. 후렴부의 멜로디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게 되지요. 

어떤 곡들은 전주가 과감히 생략된 채 곧바로 노래로 시작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이런 구성이 더 임팩트 있게 느껴질 때도 많은데요. ‘기억의 습작’ 같은 경우는 곡이 너무 길어서 전주까지 입히는 것은 사치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노래부터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론 웬만한 전주보다 더 강렬한 첫인상을 갖게 된 도입부가 되었지요. 꼭 일부러 이런 효과를 누리자는 의도가 아니더라도, 어떤 전주도 사족같이 느껴지는 경우엔 이렇게 노래부터 시작하는 구성이 종종 쓰이곤 합니다.


A & A’


노래의 앞부분입니다. 외국에선 Verse라는 용어를 씁니다.

예전에 작곡 할 때는 앞부분은 그저 후렴구를 가기 위한 전개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후렴구의 멜로디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잔잔하게 시작하는 앞부분의 멜로디에 마음이 더 움찔거립니다. 좋은 가사가 붙었다면 더 공감이 가게 되죠. 어렸을 땐 곡을 쓸 때 후렴부를 먼저 작곡하고 앞부분을 나중에 짜 맞춰 넣기도 했는데요. 그럴 경우엔 처음부터 곡을 쭉 풀어나가는 것 보다 부자연스럽다거나 작위적으로 들리기가 쉬워서 요즘엔 순서대로 곡을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A 파트는 보통 8마디로 구성되어, 한 번 더 반복을 하게 됩니다. 그 반복 부분이 A’입니다.


B


A 와 SABI를 연결하는 파트입니다.

짧게는 4마디 길게는 8마디 정도의 분량입니다.

어떤 곡들은 B파트를 생략한 채 바로 A’에서 SABI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SABI (후렴구)


왜 이 후렴구 파트를 뮤지션들이 사비라는 용어로 칭하는지 그 어원은 저도 잘 모릅니다. (혹시 아시는 분 있으시면 답글을...) 외국에선 CHORUS 파트라고 부르는데요. 화음을 넣는 코러스와 헷갈려서 그런지 국내에선 그렇게 칭하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네요. 다들 사비라고 부릅니다. 흔히들 사비가 좋아, 사비가 꽂혀, 뭐 이런 표현을 쓰는데요. 추측으론 일본에서 온 용어가 아닐까 싶지만요.

이 후렴구 파트의 멜로디가 쉽고 좋으면 사람들이 훅이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부분의 가사가 노래의 제목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세월이 가면’, ‘천일동안’,‘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이런 곡들이 대표적인 예죠.

그런데 사실 이런 분석은 결과론적인 얘기고, 곡을 쓰는 당시에 염두를 두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의 마음은 새침한 여자와 같아서, 항상 이러면 되겠지 라고 예상하는 것은 무의미하니까요. 오히려 그런 대중성에 입각한 작법은 진심성이 떨어지거나 작위적으로 들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가는 대로 만들었지만 나중에 살펴보니 이런 대중적 요소들을 갖추고 있더라...뭐 이런 순서가 아름답지 않을까요.



Interlude (간주)


언제부터인가 곡의 간주가 짧아지고 간소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올드팝이나 가요들을 들어보면 간주가 멋지고 아름다운 곡들이 참 많았는데요. 요즘엔 길고 장황한 간주는 사치가 되어버린 것 같아 좀 안타깝습니다. TV나 라디오 방송 플레이를 고려한 측면도 있고요, 대중들이 점차 한 곡을 진득하게 듣지 않는다는 불신에서 비롯된 것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광고가 길면 채널을 돌리게 되듯 말이죠. 

자꾸 ‘기억의 습작’을 예로 들게 되는데요. 원래 이곡의 간주는 트럼펫 솔로 8마디 뒤에 트럼본 솔로가 다시 8마디를 이어받는 구조였습니다. 녹음을 다 끝내고 6분이 넘는 곡 길이에 고민하고 있는 저희에게 같은 소속사 선배였던 종신형이 트럼본 솔로 파트를 들어내라 조언 해주셨죠. 그때는 지금처럼 컴퓨터 녹음이 아닌 멀티 테입 녹음 시절이어서 정말 말 그대로 테입을 잘라서 붙이는 수작업을 감행하여 편집했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그게 두고두고 안타까워서 공연 때는 간주를 원래의 버전으로 트롬본 솔로까지 연주하곤 합니다. 


간주의 솔로 악기로 뭘 선택할지도 큰 고민이었는데요. 

특히 일렉 기타는 예나 지금이나 대표적인 간주 솔로 악기입니다. 밴드의 기타리스트들이 가장 기다리는 순서가 간주 파트일겁니다. 기타 솔로를 들을 때 마다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요. 93년도 대학가요제 예선 때, 부자 밴드가 한 팀이 있었습니다. 엄청난 양의 앰프와 기타 이펙트를 가져와서 세팅 하는 데만도 많은 시간이 걸렸더랬죠. ‘와 장비 많아서 좋겠다!’, 부러워했던 것도 잠시, 노래가 1절이 끝나 가는데도 기타리스트는 줄 한 번 튕기지 않고 서 있었습니다. 아마도 간주 솔로부터 연주를 시작할 예정이었나 본데, 애석하게도 간주가 시작되기 전에 심사위원들이 노래를 끊는 바람에 그대로 다시 장비를 해체하고 돌아가야만 했다는 슬픈 사연입니다. 그리고 2차 예선에선 그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었죠. ㅠㅠ


피아노, 색소폰 간주가 너무 흔하게 느껴져서, 새로운 간주 악기를 모색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 곡들의 간주가 점점 짧아지고 있는 걸 보면 어쩔 수 없이 저도 시대에 편승하고 있는 걸까요.


Bridge


2절의 후렴구가 끝나고 다시 후렴구를 반복하기 전에 등장하는 파트입니다. (때로는 2절의 후렴구 대신 브릿지가 먼저 등장하기도 합니다. 제 노래 중에 ‘다시 시작해보자’ 라는 곡이 그런 케이스입니다.)

1,2절을 들으며 쌓인 감정이 폭발할 수 있게 기폭제 역할을 맡아 곡의 상승무드를 주도합니다. 그래서 브릿지가 끝나고 다시 반복 되는 후렴구는 전조가 된다거나 편곡이 더 웅장해져서 감정의 극에 치닫게 됩니다.


이 브릿지 파트는 마치 두 번째 간주처럼 솔로악기를 동반한 연주로 처리 되는 경우도 있고, 새로운 멜로디의 노래가 추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브릿지 파트가 너무 일반화 된 나머지, 너무 형식적이거나 작위적인 느낌을 받을 때가 간혹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너무 보컬이 장기자랑을 하는 나머지, 감정 상승을 강요받는 느낌이 들기도 하죠. 곡의 흐름상 자연스럽지 않다면 브릿지가 없는 곡이 더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너무 뻔한 진행의 브릿지는 식상하기도 하니 의무처럼 채워 넣어야하는 구성요소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OUTRO 


곡의 후주입니다.

모든 노래 곡들은 크게 두 가지의 방법으로 끝을 맺는데요.

하나는 완결한 형태의 후주를 갖고 모든 반주가 마침표를 찍는 방법이구요.

또 하나는 Fade Out, 즉 전체의 볼륨을 서서히 줄여서 마무리를 짓는 것입니다.


후주는 주로 전주를 차용해서 반복하는 수미상관 형식이 많이 쓰입니다.

따로 후주를 덧입히지 않고 노래가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끝을 맺는 경우도 있지요.


곡의 감정 선상 더 여운을 주고 싶을 경우에는 페이드아웃으로 처리합니다. 장대하게 벌린 곡을 허겁지겁 마무리해버리면 성급하게 들리겠지요. 노래를 포함한 전체 음악이 페이드아웃 되는 경우도 있고, 노래는 끝이 나고 반주 부분만 페이드아웃 되기도 합니다. 더 세심한 경우엔 반주에서 특정 악기를 더 길게 놔두는 경우도 있는데요. ‘Replay’라는 곡은 의도적으로 뒤에 스트링 연주만 더 길게 들리게 페이드아웃을 했습니다.


페이드아웃으로 끝나는 곡을 공연에서 부를 때는 따로 엔딩을 만들어야 하는 애로 사항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연주자가 각자의 소리를 줄여가며 수작업 페이드아웃으로 엔딩을 처리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