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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2014.10.23
내 사람 - 윤여정
윤여정 선생님께 부탁드리기 전 무척 망설였습니다.
제가 실례를 범하는 건 아닐까하고요.

“지금 내가 부산 영화제에 내려와서 정신이 없어요. 뭔지 잘 모르겠지만 할게. 하면 되지 뭐 그까짓거 내가 못해주겠니..”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고, 당신답게 읽을 수 있는 본인의 화법이나 말투에 대한 조언도 해주셨지요. 그렇게 작가와의 조율 끝에 원고가 완성이 되었고 녹음 당일 선생님께선 손수 손글씨로 꼼꼼하게 원고를 정리해오셨습니다. 

아...선생님은 진정 프로시구나. 이렇게 오랜 시간 후배들에게 존경받고 ‘핫’할 수 있는 이유는 크고 작음을 떠나 자기가 하는 일을 완벽하게 최선을 다하려는 책임감에서 오는 것이겠지,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네요.

“내가 원래 낭독을 싫어해요. 내 목소리로 낭독하면 누가 좋아하겠니. 팬심이 뭔지. 내가 어쩌자고 덜컥 수락을 해서 이런 조공을 하고 있는 거니 대체.”

등장하시자마자 녹음실을 초토화 시켜버리는 선생님 특유의 유머.

이런 거 처음이니까 중간에 맘에 안 들면 바로 끊고 다시 녹음해도 된다 라고 말씀하셔 놓고, 

“얘 너 이제보니 CF 감독들보다 더 독한 애구나! 내가 임상수 감독 영화 후시 녹음도 두 번 이상 안하는 사람이야!”

자주 뵙지는 못하지만, 저는 윤여정 선생님을 뵐 때마다 늘 즐겁습니다. 특히 저는 선생님이 가끔씩 들려주시는 6,70년대 시절 한국 문화계 연예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너무 재밌습니다. 늘 선생님께선 특유의 말투로 불평하듯 시크하게 말씀하시지만, 낭만이 느껴진달까요. 내가 아직 태어나기도 전인 그 시절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갖게 됩니다. 

저의 어머니와 같은 연배이신 선생님과 즐겁게 웃으며 얘기 하고 있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도 선생님 나이가 되었을 때 저렇게 젊은 사람들과 아무 격의 없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구요. 그러려면 우선 선생님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늘 최선을 다하는, 늘 그 자리에서 멋지게 빛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귀찮은 부탁 흔쾌히 수락해주시고, 최선을 다해주신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역시 멋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