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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선화 2019.12.23
조금 늦은 편지

  작년 콘서트에서 률님의 마지막 말, '조금 더 늙어서 만나요~!'라는 인사를 받으며, 뭐 늘상 그랬으니 아쉽지만 당연하듯 몇 년동안 률님의 공연을 못 보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원래 거짓말을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인데, 그게 1년도 안 돼 뻔한 거짓말임이 드러났는데도 이렇게나 반갑고 기뻤던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작년에 몸과 목을 꺾어가며 3층에서 힘들게 보았던 경험을 만회해보고자 미친듯이 마우스를 눌러서 겨우 2층 중앙좌석을 예매했어요. 말해 뭐할까요. 다들 그렇겠지만 률님의 공연을 본다는 건 단지 보고있는 2시간 반의 시간 뿐만 아니라, 콘서트 개최소식에서부터 콘서트를 보기까지의 기다림의 시간과 그 이후의 여운이 머무는 시간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 같아요. 어쩌면 률님과 함께, 맨 처음 전람회 음악을 들었던 과거로 돌아갔다가 오는 시간여행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 후유증으로 멍해지기도 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꽤 걸리기도해요. 어쩌면 그런 이유로 률님의 음악을, 공연을 듣고 보고있는지도 모르겠네요.


  률님은 이번 공연을 꿈꿔오신 공연이라고 하셨지만 개인적으로 전 작년 공연의 후유증에서 아직 벗어나질 못하고있네요. 느낌이란 게 워낙에 주관적인거라 그 이유가 특별히 뭐냐고 물어본다면 저도 잘 모르겠지만, 당시의 상황과 각자의 마음, 주변환경 등등 모든게 어우러져 만들어지는게 아닐까 싶어요. 분명 올해가 훨씬 더 훌륭한 공연장, 더 근사한 무대장치, 더 좋은 좌석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몸과 목을 꺾어가며 지켜봤던 공연이 엄청나게 감동적이었으니 참 아이러니하네요.


  작년 공연에선 인터미션이 제게 많은 질문들을 던졌는데, 이번엔 절친이신 피아니스트분의 '나이가 먹어가면서 변하지 않는 것이 참 소중해요.'라는 멘트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됐었어요. 많은 공감을 하게 되었던 말이었고, 그런 이유로 저도 여전히 률님의 음악을 듣고 매번 공연을 찾아가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번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흰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생기기 전에, 얼굴의 주름이 너무 많이 생기기 전에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