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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heee 2021.09.26
10대 때 5집 듣고 팬이 되어, 어느덧 30대


가입을 다시 해야 할만큼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오랜만에 '답장' 뮤직비디오를 보며 또 홀로 감탄하다가,

문득 동닷에 글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끄적여 봅니다.


고등학생 때 5집을 듣고 팬이 되어 독서실에 앉아 률님 노래 듣던 때가 생각나요.

자칭 소녀팬이라 부르며 동닷을 쏘다니던 시절까지도요. ㅎㅎ

처음엔 티켓팅이 어렵다고 해서 조언을 얻고자 들어왔던 곳인데, 

10대 팬이라는 이유로 너무 따스히 반겨주셔서 사춘기 학생의 마음을 이곳에 기대었던 것 같아요.

그때 썼던 글들을 떠올리면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하지만, 

제가 누군가를 그렇게 꼼꼼히 좋아했던 적이 없어서 행복한 추억으로 담아두고 있어요. :)


그때 반겨주셨던 동닷민분들이 읽으시면, 귀엽다 귀여워-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제가 30대가 된 사실에 새삼 놀랐답니다. 'o' 

전람회 음반부터 라이브 앨범, 카니발 콘서트까지 률님과 관련된 모든 것을 차곡차곡 모으기 시작한 때가 10대였는데

앞자리가 2번이나 바뀌었다니...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요.


최근에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서 힘들다고 생각하는 때가 있었는데, 아닌가 봅니다. 세월의 흐름이 위로가 되었어요.


/


얼마 전에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는데, 대뜸 "아직도 김동률 좋아해?" 라고 묻더라고요.

마치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 이름을 언급하듯 진지하게 물어봐서 웃음이 터졌죠.

"당연히 좋아하지. 근데 왜?" 라고 묻자

"그냥 고등학교 때 너 생각하면 창가에 기대서 이어폰 꽂고 김동률 노래 듣던 모습이 떠올라."

 둘이서 한참을 배 잡고 웃었어요. 

"아니 난 왜 창가에 기댔을까? ㅋㅋㅋ 중2병이 심했나봐.ㅋㅋㅋ"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화를 떠올리며 '아직도' 라는 단어가 맴돌았어요.

종종은 아니어도 가끔 "와 아직도 김동률 좋아해?" 라는 말을 들었거든요. 

그 말은 그 시절에도 남이 알만큼 팬이었고, 지금도 팬이라는 말이니까, 내심 뿌듯했던 것 같아요.


대부분 어떠한 시절이 지나가면 그때의 열정과 애정도 사그라들기 마련이니까,

무념무상으로 지낼 때도 있었지만,

률님의 음악은 ...이게 적절한 표현일 지 모르겠는데, 일종의 귀소본능을 일으키는 힘이 있달까요?

그렇다고 과거에만 머무르는게 아니라 오늘 이 순간에 딱 맞는 음악이 되어서, 그마저도 신기해요. 

물론 팬심이 더해진 장황한 설명일 수도 있지만, 나름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


저는 누군가를, 무언가를 이리 오래오래 좋아하는 성미가 아니에요. 

아직도 김동률을 좋아한다는 건 그만큼 김동률의 음악이 아름다워서라고 말하고 싶어요.

(정말 오랜만에 글이라 아주 차분하게 글을 쓰고 싶었는데, 쓸수록 발휘되는 팬심...진정해.) 


'누구 팬이에요!' 라고 했다가도 

그 사람에게 실망해서 혹은 그 사람의 창작물이 난해하게 느껴져서 팬심이 후두둑 무너질 때도 있잖아요.

그런데도 여전히 김동률의 팬이고, 언제나 어디서나 "김동률 팬이에요." 라고 10년 넘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배경에는

률님의 엄청난 노력과 ...감히 알 수 없는 노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팬의 존재가 아티스트에게 그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 괜히 죄송하기도 하고...참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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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분명 글을 짧게 쓰고 싶었는데...내 이럴 줄 알았지. 팬심의 주접은 시간이 흘러도 말릴 수 없나봐요.

여전히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률님의 노래 전주만 들어도 반갑고, 티비에서 누군가 률님을 언급만 해주어도 좋아요.

요즘 슈퍼밴드2에 빠져있는데, 희열옹이 률님의 원픽이 김한겸님이라 해서 세상 반가워하며 무릎을 쳤답니다.

"내 최애의 원픽이 나의 원픽과 같다니. 여윽시!" 


제가 슈퍼밴드2와 같은 수많은 결의 음악과 예술을 애정하게 된 시작은 률님이었어요. 

10대 때도 좋았지만, 지금 듣는 노래는 더 좋아요.

가사를 읊조리며, 고등학생 때는 무슨 마음으로 이 가사를 이해한다고 서글퍼했을까 웃기기도 해요.

그때의 영글지 않은 감정은 그대로 존중하고, 오늘 이 노래를 들으며 느껴지는 새로운 마음도 존중하기로 했어요.

시간이 쌓일수록 음악에 담긴 삶을 이해하는 깊이도 깊어지겠죠? 사실 제 4,50대가 그리 기대되지는 않는데...유일하게 기대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노래'의 가사를 온전히 이해하는 때가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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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책을 어릴 적부터 좋아했지만, 률님의 가사와 책사랑을 접하며 더 큰 마음과 꿈을 꾸곤 했어요. 

작가, 작사가 등... 다분히 문학적인 직업을 꿈꾸곤 했는데 요즘 세상에 하나만 하고 살진 않으니까요.

글과는 거리가 먼 직업이지만, 소녀팬 시절 뜬구름 같았던 꿈들을 손에 닿을 수 있을 거리까지 내달리며 이루어가고 있어요. 


현실적으로는 지난한 하루하루지만, 하루의 마음을 토닥일 시절과 음악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진 아티스트를 만난 덕분이니, 저도 '아직도'가 아니라 '언제나' 좋은 팬으로 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