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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훈 2019.11.30
(스포일러 포함 감상문)김동률, 그만의 재능

그동안 삶에 지칠 대로 지쳤다.

이젠 하루하루 괴로운 와중에 더 이상 살아낼 힘도 거의 다 소진되어가는 걸 느낀다.


동행을 말하면서 인연을 저버리는 일.

꿈을 꾸면서 그것을 배반하는 일.


내게 너무 괴로운 길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쉽게 빠져들었던 곡들은


자기 연민과 미련, 죄책감에 사로잡혀있는,

금세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사라져버리게 되는,

끝없는 어둠과 빛의 아우름의 에너지가 담긴


그런 곡들이었다.


마중 가던 길, 다시 떠나보내다, 이방인.
떠나보내다, 새, 하늘 높이.
기억의 습작, 동행, 귀향(의 변화).


이번만큼 기대 안 하고 봤던 공연은 처음이었다...
셋리스트를 먼저 보고 갔던 터라,
삶이 우울한 상황에서 셋리스트 내에서 쉽게 끌리는 곡이 눈에 확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이번 공연에서 몇 가지 느낀 것이 있다.
그가 이번 콘서트에서 전하고자 하는 어떤 메시지, 에너지.


그동안 그는

기억의 습작을 포함한 동행을 통해 어떤 여정에 대해 말했고,
동행을 말하면서도 그 속에서 오열했으며,
그리고 나서는 괜찮아졌다고 불현듯 이겨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제 이번 공연에서
이런 맥락 속에서 그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면 이 세 가지 속에 담겨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식으로 그는 그의 지옥 속에서도 괜찮은지에 대한 이야기, 그가 길러온 그만의 재능이었다.


첫째, 몰입.
이번 공연에서 그는 보다 몰입된 공연, 영상보다는 음악 자체에 보다 더 몰입하게 했고, 같은 편곡이라도 더욱 발전을 위한 디테일한 노력들을 보여주었다.
그는 스스로 몰입하고 있었다.


둘째, 셋리스트.
이번 공연 셋리스트는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고 느꼈다. 그가 들려준 방식대로 내게 순서대로 깊이 뇌리에 박히던 구절들이 있었다. (배려 - train - 고독한 항해 - 동반자)


그만 날 놓아줘,
니가 없는 체로 세상에 길들여질 수 있게.
떠나온 걸까 떠나가는 걸까,
돌아갈 곳은 이미 내게 없는데.
부질없는 꿈, 헛된 미련 주인을 잃고 파도에 실려 떠나갔지,
난 또 어제처럼 넘실거리는 순풍에 돛을 올리고.
이제 남은 또 다른 삶은 내겐 덤이라오
행여라도 그대의 마지막 날에
미처 나의 이름을 잊지 못했다면 나지막이 불러주오.


셋 째, 이야기.
경험이 쌓여 할 수 있게 된 것과 할 수 없게 된 것들에 대한 이야기.
늘 긴장되고 어려운 공연들이 나쁘지 않은 감사함, 겸손함, 아쉬움의 원동력.
박수보다도 표정에서 알 수 있는 전해지는 마음들에 감동을 더 받음. 그리고 그 보답의 다짐.



우리네 각자가 가진 그 고독이 심해지면, 지독하다 못해 삶의 나락, 어떤 문턱에 가까울 만큼 위험한 것도 맞다. 맞지만,
그래도 이렇게 저렇게 스스로를 다잡고 몰입하고, 초월하고, 또 다른 무언가들로부터 에너지를 얻으며 스스로 가진 어둠 속에서도 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그는 내게, 우리에게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고 느꼈다.


한 가닥의 희망조차 없는 영원한 지옥에서도 고통스럽지만 괜찮을 수 있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지옥을 빠져나온다. 그들은 각자의 악마의 재능을 길러낸 것이다.